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사진=연합뉴스)
과거 삼성전자 시총이 하이닉스의 4~7배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체급 자체가 비슷한 ‘양강 구도’로 재편된 셈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우선주 시총이 184조원에 달하는 만큼 이를 포함하면 여전히 삼성전자의 시총이 SK하이닉스보다 높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총 1위 자리에 처음 오른 것은 1999년 7월 29일이다. 당시 한국전력·한국통신공사(현 KT) 등 공기업이 시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삼성전자가 이를 뚫고 정상에 처음 섰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000년 11월 21일부터는 줄곧 1위를 유지해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4년 11월 7일 시총 2위에 진입했으나,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 11월경부터 D램 슈퍼사이클 구간에서 ‘삼전-하이닉스’ 반도체 투톱 구도가 처음으로 부각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시총 2위로 올라선 그해 11월 7일 삼성전자 시총은 230조7140억원, SK하이닉스는 30조212억원으로 격차가 7배 이상인 ‘독주체제’에 가까웠다. 이후 2023년 2차전지주 랠리 구간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잠시 자리를 내주긴했으나, 2024년부터는 반도체 투톱 체제가 다시 굳어졌다.
이 격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좁아지기 시작해 ‘양강’구도로 재편했다. 2024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두 종목의 시총 격차는 55~78% 수준에서 횡보하다 지난해 6월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지며 균열이 시작됐다. 올해 5월엔 10%대로 바짝 추격하며 전월 말 대비 18.6%포인트나 급락해 5월말 기준 한달새 이 격차를 10.3%까지 좁혔다.
출처:엠피닥터
이번 시총 역전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업종 교체가 아니라는 점에서다. 1999년 삼성전자의 1위 등극은 공기업·통신 중심에서 제조업·전자로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했다. 반면 이번은 같은 반도체 업종 내에서 사업 구조 차이에 따른 역전이다. 삼성전자가 통신사로부터 시총 1위를 가져온 지 30여년 만에, 이번엔 같은 업종 내 경쟁자에게 왕좌를 내주는 셈이다.
시장이 AI 메모리 성장성에 표를 던지는 동시에 삼성전자 복합 사업구조를 재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적 절대 규모에서는 삼성전자가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시장은 현재 사이클에서 절대 규모보다 성장 레버리지(탄력)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AI주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복합 사업구조는 오히려 발목을 잡는 구조다. 반도체 외 세트·디스플레이 부문이 포함된 탓에 ‘순수 메모리 플레이’인 하이닉스 대비 밸류에이션이 희석되는 구조다. AI 메모리에 집중한 하이닉스가 수퍼사이클 국면에서 이익 탄력이 극대화되는 반면, 삼성전자는 사업 다각화가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역전은 AI 메모리 초호황에 올라탄 하이닉스와 여러 사업부에 걸친 삼성전자 간 구조적 격차가 시총으로 가시화된 것”이라며 “과거 시총 1위 교체가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했다면, 이번은 같은 반도체 업종 안에서 어떤 사업 구조가 시장의 선택을 받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