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다양한 공개형 모델의 확산은 플랫폼 기업보다 인프라를 확보한 기업에 유리한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을 의미한다”며 “새로운 경쟁이 빨라지는 시기에 인프라 제조에 필요한 부품업체의 수혜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IC에서 관람객들이 인공지능(AI) 기업 문샷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키미 K3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가격은 출력 토큰 100만개당 15달러다. 기존 중국 AI 모델과 비교하면 비싸지만 미국 최상위 모델의 50달러보다는 낮다. 다만 추론 과정에서 사용하는 토큰이 많아 단순한 토큰당 가격보다 실제 작업 하나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총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목할 대목은 문샷AI가 모델을 효율적으로 구동하기 위해 64개 이상의 AI 가속기로 구성한 ‘슈퍼노드’ 배포를 직접 권고했다는 점이다. 효율적인 AI 모델이 등장하면 필요한 연산량과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왔던 딥시크 사태와는 다른 방향이다. 최상위급 오픈 모델이 확산될수록 여러 개의 가속기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랙 단위 인프라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 알리바바도 2조 4000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큐원 3.8’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미국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을 이끌어온 것과 달리 중국 기업들이 대형 오픈 모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다양한 기업과 기관의 AI 개발·배포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빅테크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특정 최상위 모델과의 제휴를 중심으로 AI 사업을 확대해온 하이퍼스케일러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픈 모델 간 가격 경쟁이 AI 서비스의 수익성을 떨어뜨려 빅테크의 투자 의지를 약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시장은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이 유지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개형 모델이 늘어날수록 AI 추론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이 특정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필요한 모델을 선택해 자체 인프라에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투자 주체도 기존 하이퍼스케일러에서 전문 데이터센터 사업자인 네오클라우드와 기업·지역 단위의 로컬 AI, 국가 차원의 소버린 AI로 넓어질 수 있다.
엔비디아가 지난 5월 AI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 과정을 표준화한 통합 플랫폼 ‘DSX’를 공개한 것도 이러한 변화에 대비한 것으로 풀이됐다. 빅테크는 자체적으로 데이터센터 부품을 조달하고 시스템을 설계할 수 있지만 일반 기업이나 기관은 관련 역량이 부족하다. DSX와 같은 표준화 플랫폼이 이러한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류 연구원은 “장기적인 AI 경쟁력은 모델의 성능 자체보다 누가 더 많은 연산 능력을 확보하고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릴 것”이라며 “오픈 모델의 발전은 투자 주체가 빅테크 밖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와 장비·부품 수요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