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일 보고서에서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업종 스스로 투자자의 우려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며 “기존 사업의 실적과 AI 매출 성장률,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가이던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현대차증권)
개별 종목 가운데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낙폭이 컸다. 전고점 대비 키옥시아가 52%, SK하이닉스(000660)가 38%, 웨스턴디지털이 36% 하락했다. 삼성전자(005930)와 마이크론도 각각 30% 떨어졌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반도체 기업의 당장 실적이 아니라 AI 인프라 투자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느냐다. 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7529억달러, 내년 9500억달러로 전망된다. AI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들 기업의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도 과거 50% 미만에서 최근 100%에 가까워지고 있다.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 대부분을 AI 인프라에 다시 투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대규모 투자는 AI 시장이 소수 기업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로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경쟁에서 뒤처지면 미래 시장 전체를 잃을 수 있어 과잉 투자보다 과소 투자의 위험이 더 크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높은 중국 공개형 AI 모델이 확산하면서 이 같은 전제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이 하나의 모델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모델을 필요에 따라 바꿔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최상위 모델 사업자의 독점력과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어서다.
중국 문샷AI가 최근 공개한 ‘키미 K3’도 이런 우려를 키웠다. 키미 K3는 주요 AI 모델의 지능과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기존 중국산 초저가 모델은 아니지만, 공개형 모델의 성능이 미국 폐쇄형 모델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AI 모델의 범용화는 AI 산업의 수혜주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있다. 시장의 관심이 모델과 반도체 등 공급자에서 소비자 접점과 데이터, 고객 충성도를 확보한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러 AI 모델을 선택해 서비스에 적용하고 이를 수익화할 수 있는 기업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구조다.
반도체는 최종 소비자와 거리가 멀어 AI 시장의 작은 변화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AI 서비스 수익성이 낮아지면 하이퍼스케일러가 설비투자를 줄이고, 이는 다시 반도체 주문 감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연구원은 하이퍼스케일러 실적에서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기존 사업의 이익과 현금흐름이 유지돼야 한다. AI 투자는 본업에서 창출한 현금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기존 사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 설비투자를 줄이라는 압력이 커질 수 있다.
AI 관련 매출의 성장 속도도 중요하다. 시장은 매출 규모 자체보다 성장률이 빨라지는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1분기 본격화한 AI 클라우드 매출의 성장세가 2분기에도 이어져야 AI 모델 가격 하락과 수익성 둔화 우려를 완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비투자 계획에 주목해야 한다. 두 회사는 AI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영업현금흐름 대비 설비투자 비율이 오라클과 아마존, 메타보다 낮다. 상대적으로 투자에 신중했던 두 기업이 설비투자 전망을 높이면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강해질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가 AI 투자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면 국내 반도체 업종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며 “반대로 투자 부담이나 규제 등을 이유로 보수적인 입장을 강화하면 AI 투자 사이클의 정점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