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CPTPP는 일본·호주·캐나다·멕시코·베트남·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이다. 회원국 간 관세 철폐뿐 아니라 디지털 무역, 공급망, 국영기업, 노동·환경 등 광범위한 통상 규범을 담고 있다.
한국은 2021년 CPTPP 가입 추진 방침을 공식화했지만 5년 가까이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과 수산물 시장 추가 개방이 불가피한 만큼 농어업계 반발과 보완 대책 마련 문제가 여전히 최대 변수로 꼽힌다.
다만 최근 통상 환경의 급변이 CPTPP 논의를 앞당기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과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된 것이다.
특히 최근 수출 증가세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반면 철강·석유화학·자동차 등 전통 제조업은 미국의 관세 압박과 글로벌 공급 과잉, 수요 둔화 등의 이중고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CPTPP를 단순히 관세 인하를 통한 시장 확대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주요 산업국과의 공급망을 연결하고 기술 협력을 확대하는 수단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도 CPTPP의 공급망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높이고 현지 생산 확대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멕시코를 비롯한 북미 생산거점 활용도가 커질 수 있어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CPTPP 회원국에는 멕시코와 일본 등 주요 시장뿐 아니라 베트남·말레이시아 등 주요 아세안 국가, 캐나다·호주 같은 자원 보유국도 포함돼 있다”며 “공급 거점이나 기술 협력 차원에서 활용 가치가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은 여전히 ‘검토’ 단계다. CPTPP 가입을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 동의뿐 아니라 농수산물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우려를 해소하고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기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CPTPP 가입 추진이 수면 위로 오르자 농어업계는 추가 시장 개방이 국내 농어업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국 CPTPP 가입 논의의 핵심은 가입에 따른 시장 개방 부담과 수출·공급망 다변화 효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정부가 농어업 등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가입 여부에 대한 결정을 얼마나 구체화할지가 향후 논의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가입 여부를 단순한 찬반 논리로 접근하기보다 변화하는 통상환경 속에서 경제적 실익과 산업별 피해를 종합적으로 따져 전략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CPTPP는 신규 가입을 위해 기존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 구조인 만큼 가입 결정이 늦어질수록 향후 협상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와 이해관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경쟁국들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CPTPP 가입 논의를 장기간 이어갈 경우 시장과 공급망 확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