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에 ‘저평가 착시’ 심화…더블카운팅 빼면 PER 7.0→7.9배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19일, 오후 06:46

[이데일리 신하연 기자] 국내 증시가 중복상장으로 인해 실제보다 저평가돼 보이는 ‘착시’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모회사와 자회사의 이익이 중복 반영되면서 올해 코스피 이익 가운데 더블카운팅 이익이 89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제외하면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은 7.0배에서 7.9배로 높아진다.

19일 에프앤가이드와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의 더블카운팅 이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 15.5%로 집계됐다. 일본(11.1%), 영국(5.0%), 중국(3.1%), 프랑스(2.35%)를 웃돌았으며 미국(1.1%)과 비교하면 약 14배 수준이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본 이미지는 AI 기술을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더블카운팅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돼 동일한 기업가치와 이익이 시장 전체 이익에 반복 반영되는 현상이다. 중복상장 구조가 많은 시장일수록 표면적으로 집계되는 기업 이익이 커지면서 PER이 실제보다 낮아 보일 수 있다.

실제 코스피 내 중복이익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2022년 14조원에서 지난해 27조원으로 약 두 배 증가했고 올해는 89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코스피 예상 순이익 796조원 가운데 89조원이 모회사와 자회사에 중복 반영되는 셈이다.

반도체 업황 개선과 대형 상장 자회사의 실적 증가가 중복이익 확대를 부추겼다. 특히 대형 상장 자회사의 이익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시장 전체 이익 증가와 실제 기업가치 개선을 구분해서 볼 필요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밸류에이션에도 적잖은 차이가 생긴다. 중복이익을 포함한 올해 코스피 PER은 7.0배지만 중복분을 제외하면 7.9배까지 상승한다. 같은 시가총액을 더 적은 실질 이익으로 나눠 평가해야 하는 만큼, 현재 시장에서 보이는 낮은 PER의 일부는 중복상장 구조에 따른 ‘착시’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정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중복상장 문제는 단순히 자회사 상장 여부에 국한된 지배구조 이슈가 아니다”며 이익 중복이 시장 밸류에이션 왜곡과 모회사 할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가치 평가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금융당국도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율을 강화했다. 중복상장 심사에서는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 등 3대 기준을 적용한다.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모회사 이사회에는 상장 필요성과 타당성을 평가하고 일반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한 뒤 주주 의견을 수렴·공시하도록 책임도 강화했다.

이 연구위원은 “제도 개선의 핵심은 모든 자회사 상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주주 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은 중복상장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중복상장을 전면 차단하기보다는 자회사의 독립성과 상장 필요성, 모회사 일반주주 보호 수준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제도적 보호장치가 마련되더라도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주가치에 미치는 충격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투자증권이 분석한 한 국내 사례에서는 비상장 자회사의 상장 예비심사 청구 이후 모회사 주가가 5거래일간 약 24% 하락했다. 이후 거래소의 예비심사 미승인으로 중복상장이 무산되자 모회사는 디스카운트 우려가 해소되며 재평가를 받았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 상장에 관한 풍문만 돌아도 모회사 주가는 타격을 입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이 모회사 주주를 보호할 기틀을 마련했지만, 기존 모회사 주주를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해당 사업부문이나 비상장 자회사를 계속 보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