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거래 살아났다?”…속내 들여다보니 '부실 털기'

주식

이데일리,

2026년 8월 28일, 오후 06:55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올해 2분기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이 반등했다. 다만 이는 시장 전반의 부활이라기보다, 가격이 충분히 조정된 우량 자산에 매수세가 붙는 반면 부실 자산은 경매로 넘어가는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신규 분양은 3개 분기 연속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경쟁력도 분양률보다 실제 기업 입주율과 임대료, 관리비, 공실 해소 속도 등 ‘운영 능력’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올해 2분기 거래 1224건…2022년 3분기 이후 '최대'

28일 지식산업센터114 운영사 알이파트너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았다.

이 기간 거래건수는 1224건으로 전분기보다 17.4%,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1% 증가한 수치로 집계됐다.

지식산업센터 거래건수 (자료=지식산업센터114)
지식산업센터 거래건수 (자료=지식산업센터114)
거래금액도 5539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9.2% 늘었고, 거래면적은 13만1974㎡로 25.7% 증가했다. 평균 거래가격은 3.3㎡(평)당 1388만원으로 전분기보다 2.8%, 전년 동기보다 2.3% 올랐다.

겉으로 보면 거래시장에 훈풍이 부는 모습이다. 하지만 거래 증가의 성격을 뜯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용면적 100㎡ 이상 중대형 자산은 전체 거래건수의 38%에 불과했지만 거래금액에서는 57%를 차지했다. 법인 매수 비중도 70%에 달했다. 실사용 기업의 매입과 법인 간 자산 이전, 시행사·신탁사의 잔여 물량 정리 등이 거래 증가에 함께 반영된 결과다.

층 전체를 통째로 사들이는 일괄거래도 18건이나 나왔다. '유진타워 테크노밸리3'은 255억원에 9개 호실이 거래됐고, '제이에스 더 스카이타워 3차'는 177억원에 43개 호실이 거래됐다.

다만 이들 거래 상당수가 직거래였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시장가격 회복 신호라고 해석하기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경매 건수, 5개분기 연속 증가…낙찰가율 '역대 최저'

거래시장만 보면 회복처럼 보이지만 경매시장에서는 정반대의 신호가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법원경매 진행건수는 1530건으로 전분기 1233건보다 24% 증가했다.

이는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로, 작년 같은 분기 594건과 비교하면 2.6배에 이른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낙찰가율이다. 올해 2분기 낙찰가율은 51.5%로 지난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식산업센터가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다.

(자료=지식산업센터114)
(자료=지식산업센터114)
지역별 격차도 뚜렷했다. 경기도의 경매 진행건수는 1084건으로 수도권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경기도 평균 낙찰가율은 48.9%로 서울(60.2%)과 인천(56.7%)보다 낮았다.

특히 평택 고덕·김포 양촌·인천 검단 등 외곽 신축 지식산업센터가 가격 조정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실거래가 하위 10건은 모두 법원경매 낙찰 물건으로, 수도권 외곽 신축에 집중됐다. 반면 실거래가 상위 거래는 성동구 성수동에 몰렸다.

같은 지식산업센터라도 입지와 자산 경쟁력에 따라 가격이 갈리는 ‘양극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이미 시장의 변화가 시작됐다. 전국 지식산업센터 신규 분양은 작년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전무했다. 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미분양 부담이 겹치면서 신규 사업의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규 사업 착수가 중단되면서 중장기 공급 파이프라인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7개 현장, 총 61만7000㎡가 준공됐지만 이는 2024~2025년 공급 정점을 지나 물량이 감소하는 과정으로 분석됐다.

다만 공급이 줄었다고 해서 기존 자산의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준공 직후 금융기관이 담보평가와 담보인정비율(LTV)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면서 잔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분양률보다 입주율"…금융권 '신규 공급'보다 '회수'

시장의 평가 기준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높은 분양률이 사업 성공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기업 입주율과 임대료 수준, 관리비 경쟁력, 공실 해소 속도가 자산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공실 장기화는 부동산 문제를 넘어 금융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수도권 외곽과 대규모 공급지역에서는 공실이 장기화되면 임대료가 떨어지고, 이는 잔금 미납과 PF 상환 지연으로 이어진다.

결국 금융기관 입장에서도 추가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리파이낸싱, 임대 안정화, 매각, 공매 등을 통해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 방향도 변화하고 있다. 서울 마곡산업단지를 비롯해 구로·금천·영등포구 등에서는 지식산업센터 입주 가능 업종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건설업, 금융·보험, 법무·세무, 정보통신공사업,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제조 등으로 허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기존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수요층을 넓히려는 것이다.

공실 지식산업센터를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로 전환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용도를 전환하려면 구분소유자 동의, 주차·채광·소방 기준, 용도지역, 리모델링 비용 등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아서 전체 시장을 해결하는 만능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지식산업센터 거래건수 (자료=지식산업센터114)
지식산업센터 거래건수 (자료=지식산업센터114)


하반기 '회복' 아닌 '재편'…"좋은 자산만 살아남는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핵심은 ‘회복’보다 ‘재편’이 될 전망이다.

급매·공매·할인매각 등을 통해 매도자와 매수자의 가격 차이가 좁혀지는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준공 후 미분양 사업장은 단순 할인분양보다 임대 활성화와 기업 유치 등을 통한 운영 정상화가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앞으로는 ‘지식산업센터냐 아니냐’보다 ‘어떤 지식산업센터냐’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상품군 자체보다 개별 자산의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역세권과 산업 클러스터에 위치하고 관리비가 낮으며 주차환경과 대형 면적 활용성이 좋은 자산, 다양한 업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산에는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외곽 입지, 공급 과잉, 높은 관리비, 부족한 임차수요라는 약점을 가진 자산은 추가 가격 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변화는 명확하다"며 "공실은 정상화로, 분양은 운영으로, 투자수요는 실수요로, 일률적인 자산가치는 자산별 양극화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2분기 거래량 반등을 ‘지식산업센터의 부활’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며 "가격이 내려간 자산에는 매수자가 붙고, 버티지 못한 자산은 경매로 넘어가는 구조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