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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이 지난해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호주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해 영풍(000670)이 보유한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8일 고려아연의 호주 계열사 SMC가 상법상 자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번 결정은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3월 영풍이 낸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고, 항고심을 거쳐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재판부는 SMC가 폐쇄적 구조의 회사(Pty Ltd)로, 국내 상법이 정한 주식회사와 동종이거나 가장 유사한 형태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상법 제369조 제3항은 국내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는 경우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하는데, SMC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SMC를 자회사로 전제하고 이뤄진 영풍에 대한 의결권 제한 역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총 전날 최윤범 회장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호주 손자회사 SMC에 매각했다. 이에 ‘고려아연→SMC→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됐다. 고려아연은 이를 근거로 영풍 의결권 25.4%를 제한했고, 그 결과 이사 수 상한 설정 안건과 고려아연 측 추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이 영풍의 반대 없이 가결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대법원 결정이 공정거래위원회 심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는 고려아연이 SMC와 SMH 등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한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심사보고서 작성을 마치고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상법상 판단과는 별개의 절차지만, 이번 대법원 판단이 심의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고려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MBK·영풍 측은 “이번 대법원 결정은 해외 계열사를 우회 통로로 삼아 국내 법질서와 주주권을 무력화하려 했는지 여부를 살피는 공정위 심의에도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결정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이번 가처분 결정이 2025년 1월 임시주총 당시 SMC의 상법상 성격에 관한 법률관계를 다룬 것일 뿐, 현재의 경영체제와 지배구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재 경영체제와 지배구조는 이후 열린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토대로 성립됐다는 점이 근거다. 해당 정기주총을 둘러싼 별도의 가처분 사건에서는 고려아연이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해 적법성과 효력이 이미 인정됐다는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또 이번 결정이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사 중인 사안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앞서 대법원이 정기주총 관련 다른 가처분 사건에서 SMH·SMC를 이용한 영풍 주식 취득에 대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며, 이번 결정을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 여부와 연결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과거 법률관계에 대한 판단일 뿐 현 경영체제나 지배구조의 효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