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자와 매수자 간 가격 협상이 끝나고 우선협상대상자(우협)까지 선정했더라도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돼서 거래가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 5.3%대 '점프'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업용부동산 매각 현장에서는 한 번 멈췄던 오피스 거래가 다시 매각 절차에 들어가거나, 자문사를 교체해 새 매수자를 찾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702-10번지 일원에 위치한 아남타워다. 아남타워는 지하철 2호선 선릉역 인근에 있는 지하 6층~지상 20층, 연면적 4만4083.78㎡(약 1만3335평) 규모 빌딩이다.
아남타워 (자료=사무실 임대 사이트 '스매치')
수서로즈데일도 여러 차례 매각 절차를 밟았다. 수서로즈데일은 서울시 강남구 광평로 280(수서동 724)에 위치한 지하 8층~지상 20층, 총 연면적 9만7526㎡(약 2만9501평) 규모의 대형 복합업무시설이다.
저층부(지하 1층~지상 10층 등)는 대형 오피스, 상층부는 오피스텔로 구성돼 있다. 매각 대상은 지하 1층~지상 10층, 약 5만5462㎡(약 1만6777평) 규모의 오피스다.
인트러스투자운용이 보유한 이 자산은 지난 2022년과 2024년 매각이 추진됐지만, 2022년에는 매각자문사 선정 단계에서 절차가 철회됐다. 이후 다시 매각이 진행됐고 지난 8월 입찰에서 스틱얼터너티브자산운용이 3.3㎡당 2700만원 수준에 우협으로 선정됐다.
시장에서는 이처럼 오피스 매각이 여러번 진행되는 현상이 대출금리 상승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오피스시장의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5.1~5.3% 수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말 3.8%대, 올해 초 4%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100베이시스포인트(bp, bp=0.01%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
대출금리가 1%포인트(p) 가량 오른 것은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금융비용 증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대출 이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투자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매수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도 떨어진다.
매도자가 원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 사이의 간극이 커지는 셈이다.
매각이 한 차례 무산된 후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사례도 있다. CAC자산운용이 보유한 상암IT타워가 그 사례다. 상암IT타워는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34 일대 위치한 지하 5층~지상 12층, 연면적 4만6152.27㎡ 규모 빌딩이다.
이 건물은 지난해 매각이 추진됐지만 한국토지신탁의 인수가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올해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이 우협으로 선정되면서 현재 딜 클로징을 앞두고 있다.
◇매도자 vs 매수자, 가격 눈높이 '간극'
개발 자산 역시 매각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시행사 베네포스가 개발 중인 베네포스성수는 지난해 선매각을 추진했지만 거래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매각자문사를 기존 세빌스·삼정KPMG에서 쿠시먼앤웨이크필드(C&W)·딜로이트·NAI코리아로 교체하고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다.
베네포스 성수는 베네포스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78-3번지 일원에 개발 중인 대규모 프라임급 오피스다. 오는 11월 준공 예정이며 지하 6층~지상 18층, 연면적 6만661.9㎡ 규모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278-3번지 일원 (사진=김성수 기자)
이든자산운용이 보유한 이 자산은 지난해 매각을 진행했지만 HHR자산운용과 코람코자산운용의 인수가 성사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컬리어스 코리아를 새로운 매각자문사로 선정하고 다시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입찰은 이달 중순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못했던 대형 자산도 다시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이 보유한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 A·B동은 지난 2024년 매각 당시 입찰 참여자가 없어 거래가 무산됐다.
최근에는 제이알투자운용이 에즈금융서비스를 전략적투자자(SI)로 유치하면서 인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에즈금융서비스는 수십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상품을 한곳에서 비교하고 컨설팅을 제공하는 대형 독립 법인 보험 대리점이다.
이처럼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수자가 없다’기보다 ‘살 수 있는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격만 맞으면 거래가 성사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출금리 상승으로 조달 가능한 자금과 투자수익률이 동시에 낮아져 딜클로징(거래종결)이 안 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 3%대였던 선순위 담보대출 금리가 5%대를 넘어선 만큼 과거 가격을 그대로 적용해 거래를 성사시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도자는 가격을 지키려 하고, 매수자는 높아진 금융비용을 반영해 가격을 낮추려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이 검토할 수 있는 자산 가격 자체가 달라진다”며 “우협 선정 이후에도 금융 조달 조건이 맞지 않으면 거래가 지연될 수 있어 최근에는 딜클로징 가능성이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