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금리' 공포에 美증시 하락…다우 0.8%↓[월스트리트in]

주식

이데일리,

2026년 September 10일, AM 05:40

[뉴욕=이데일리 성주원 특파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1달러를 돌파하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4.85%를 넘어서면서 뉴욕증시가 사흘 연속 하락했다. 중동 확전으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 규모마저 일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약세를 보였다.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경계감이 다시 시장을 짓눌렀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05.41포인트(0.77%) 떨어진 5만2380.6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48% 하락한 7636.36,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0.64% 내린 2만6253.34에 마감했다. 3대 지수 모두 사흘 연속 하락했다.

◇중동 확전에 브렌트 101달러…에너지주만 웃었다

이날 시장을 가장 강하게 압박한 것은 다시 치솟은 국제유가였다. 미국과 이란이 유조선과 군함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브렌트유는 전 거래일보다 3.36% 급등한 배럴당 101.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3.25% 오른 96.05달러에 마감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5월 이후 최고 종가다.

케니 폴카리 슬레이트스톤웰스 수석시장전략가는 “중동의 긴장 수위가 다시 한 단계 높아졌다”며 “위험 프리미엄은 분명히 살아 있고 걸프 지역의 에너지 공급에 대한 위험도 현실적”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에는 호재였다. S&P500의 11개 업종 가운데 에너지업종만 상승했고 나머지 10개 업종은 모두 하락했다. 반면 시장 전체로 보면 유가 급등은 기업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물가를 다시 끌어올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졌다.

특히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유가 상승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다. 토머스 마틴 글로벌트인베스트먼츠 선임 포트폴리오매니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도달할 경우 “시장의 주의를 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높은 유가와 금리에도 증시가 아직 상당히 잘 버티고 있지만 주식에 대한 낙관론과 금리 상승 전망이 동시에 극단적인 수준에 있다며 “두 가지가 오랫동안 공존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이 해상 보급을 받는 가운데 유로콥터 AS-332 슈퍼푸마 헬기가 보급품을 수송하고 있다. (사진=AFP)
지난 7일(현지시간) 미 해군 니미츠급 항공모함 USS 조지 워싱턴이 해상 보급을 받는 가운데 유로콥터 AS-332 슈퍼푸마 헬기가 보급품을 수송하고 있다. (사진=AFP)
◇바이백 3배 늘렸는데…10년물 금리는 4.85% 돌파

국채시장에서도 증시에 부담을 주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미 재무부는 10일 실시할 바이백에서 10~20년 만기 국채를 최대 60억달러(약 8조원)어치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종전 최대 규모인 20억달러의 3배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일부 투자자들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더 큰 규모의 바이백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는 80억~100억달러에 달했다. 발표 이후 장기채 매도 압력이 커지면서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57%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오후 1시 국채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확인되면서 상승폭을 일부 반납했다.

리아 트라우브 로드애벗 채권 포트폴리오매니저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달 바이백 규모를 40억달러로 두 배 늘리는 것은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의 “기대를 매우 높여놨다”고 평가했다.

결국 이날 증시는 두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을 받았다. 유가 101달러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한 상황에서 10년물 금리까지 4.85%를 넘어서자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떨어졌다. 롭 하워스 US뱅크웰스매니지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3분기 실적 시즌에 들어가기 전까지 기업 이익 전망에서 시장을 지지할 만한 재료가 많지 않다며 이 같은 상황이 “시장을 다소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9일 장중 4.80% 안팎에서 4.85%대로 급등한 뒤 4.84%대에서 움직였다. (단위: %, 자료: 털렛 프레본·WSJ)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9일 장중 4.80% 안팎에서 4.85%대로 급등한 뒤 4.84%대에서 움직였다. (단위: %, 자료: 털렛 프레본·WSJ)
◇애플 첫 폴더블폰에도 주가↓…메타는 AI에 급등

개별 종목에서는 애플이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애플은 이날 존 터너스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첫 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회사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터너스 CEO는 경쟁사 폴더블폰을 “두 대의 휴대전화를 붙여놓은 것”에 비유하며 신제품 경쟁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투자자 반응은 차가웠다. 애플 주가는 신제품 발표 이후 약세를 보이다 0.28% 하락 마감했다. 최근 수년간 애플 주가가 신제품 공개 당일 상승하기보다는 하락하거나 보합에 머무는 경우가 더 많았던 흐름과 비슷한 모습이다.

반면 메타(+6.55%)는 이메일 전송과 차량 판매, 여행 예약 등을 사용자 대신 수행할 수 있는 AI 에이전트를 공개하면서 급등해 S&P500의 하락폭을 일부 제한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2.28%)은 향후 2년간 핀란드 AI 인프라에 최소 15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뒤 하락했다. AMD(+3.04%)를 비롯한 일부 반도체주는 상승했다.

애플이 9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애플)
애플이 9일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애플)
◇이제 PPI·CPI…‘뜨거운 물가’면 9월 인상 힘 실린다

시장의 시선은 이제 10일 생산자물가지수(PPI)와 11일 소비자물가지수(CPI)로 향하고 있다. 다음 주 15~16일 FOMC를 앞두고 연준 내부에서도 높은 물가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유가 급등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금융시장은 현재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약 60% 반영하고 있다.

엘리아스 하다드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 전략가는 “CPI가 뜨겁게 나오면 9월 금리 인상을 사실상 확정짓고 달러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반대로 물가가 예상보다 낮으면 금리 동결의 근거가 강화되고 시장은 연준의 비둘기파적 재평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S&P500은 지난달 13일 기록한 사상 최고 종가에서 약 2% 내려온 수준이며 올해 들어서는 여전히 약 12% 상승해 있다. JP모건의 미슬라브 마테이카 전략가는 최근 증시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시장의 상승 동력이 더 다양한 종목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시장 전체의 하락 위험은 완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AFP)
미국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표지판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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