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성질 나쁜 애인, 그리고 기술혁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15일 현재 코스피는 지난해 말보다 약 32% 올랐지만 연중 최고 종가보다는 약 39% 하락했다”며 “최고점 대비 하락폭이 몹시 큰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 (사진=한국투자신탁운용)
배 대표는 AI 산업도 비슷한 경로를 밟고 있다고 봤다. 그는 높은 기대와 대규모 투자경쟁, 투자와 수익 실현 사이의 간극, 금융의 깊숙한 개입, 기대수익에 대한 재평가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엔비디아가 글로벌 금융기관과 손잡고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투자자금을 유치하는 금융 플랫폼을 추진하는 데 대해 “인터넷 시대 통신장비 기업들의 벤더 파이낸싱을 연상시키지만, GPU 담보대출과 사모신용, 장기 임대계약까지 결합한다는 점에서 그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과잉투자를 확대하고 산업의 위험을 금융시장으로 전파하는 경로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오픈AI의 연환산 매출 논란에 대해서는 “두 수치의 차이는 주로 매출 집계 방식에서 생긴 것이지 실제 이익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는데도 시장이 크게 반응했다”며 “AI 기업의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높아져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AI 산업 전반의 금융위기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투자자들이 기업의 실제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을 본격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AI 투자경쟁의 승자로는 빅테크를 꼽았다. 배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는 기술 실현 기업이면서 동시에 기술 응용 기업”이라며 “기존 사업의 막대한 현금흐름으로 장기간의 투자경쟁을 감당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차입과 외부 투자자금에 크게 의존하는 기업은 AI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기 전에 재무적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투자의 세 가지 핵심 축으로 빅테크, 빅테크의 확장판인 나스닥100, 글로벌 반도체를 제시했다. 배 대표는 “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000660), 삼성전자(005930), ASML 등 반도체 기업은 AI 모델의 경쟁 구도가 바뀌더라도 중요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메모리칩 같은 특정 반도체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에이전틱 AI와 피지컬 AI 같은 응용 산업은 성장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최종 승자를 판단하기 어려운 단계라고 봤다.
투자 수단으로는 ETF를 추천했다. 배 대표는 “개별 기업의 승패를 예측하기 어렵더라도 ETF를 활용하면 성장 산업 전체의 변화에 참여할 수 있다”며 “나스닥100 ETF를 기본으로 빅테크 ETF와 글로벌 반도체 ETF를 더해 세 가지 투자축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서로 같은 기업이 중복 편입되는 만큼 실제 종목별 투자 비중은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천 원칙도 제시했다. △투자 기간은 10년 정도의 장기로 설정하고 단기 자금과 구분할 것 △시장 전망이나 매수 타이밍에 의존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투자할 것 △과도한 레버리지를 피할 것 △단기 주가 변동보다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과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 등이다.
배 대표는 “앞으로도 주식시장은 우리를 기쁘게 했다가 고통스럽게 하는 ‘성질 나쁜 애인’처럼 행동할 것”이라며 “일시적인 주가 변동을 예측하려 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을 선택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투자한다면 기술혁명이 창출하는 새로운 부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