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고가격을 동결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연속이다. 지난 6월 27일 제7차 최고가격을 리터당 150원 인하한 이후 제8차부터 제11차까지 같은 가격을 유지하면서 동결 기간은 약 4개월 반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에 따라 휘발유는 리터(ℓ)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의 최고가격이 적용된다.
이번 결정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석유류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더 키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통과 선박에 대한 이란의 공격과 예멘 후티 반군의 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시설 공격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5일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5.9달러로 10월 첫째 주 평균인 103.2달러보다 상승했다. 두바이유도 107.0달러로 100달러대를 유지했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은 98.0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각각 배럴당 133달러, 170달러로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최고가격을 유지한 배경에는 여전히 높은 석유류 물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9%대로 둔화됐지만, 석유류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4.8% 상승했다.
다만 최고가격제 장기화로 정유업계의 손실과 정부의 재정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국내 판매가격이 묶이면서 정유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업계가 추산한 누적 손실은 최근 7조~8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손실보전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예비비 4조2000억원을 확보했지만, 손실 산정 기준을 둘러싼 이견으로 실제 보전액은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국내 석유 소비 감소도 정유업계의 수익성 악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지난 9월 휘발유 주유소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3.0% 증가했지만, 경유는 9.0% 감소했다. 휘발유와 경유를 합산한 판매량도 3.7% 줄었다. 정부는 9월 휘발유 판매량 증가가 추석 연휴 수요 집중과 고속도로 주유소 특별할인 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지난 3월 둘째 주부터 10월 둘째 주까지 누적 판매량도 휘발유는 전년 동기 대비 1.7%, 경유는 7.6% 각각 감소했다.
이에 정유업계에서는 석유제품 수출제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판매량이 감소한 만큼 수출을 확대해 경영 부담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휘발유·경유·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동월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국내 반출량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도록 관리해 왔다.
산업부는 국내 석유 수급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정유업계와 협의해 수출 물량 관리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현재 원유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10~11월 원유 도입량은 전년 평균 대비 100% 이상 확보된 상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국내 수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