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유니켐(011330)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유연전자 기업 루미아 테크놀로지스 인수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유니켐은 루미아 지분 100% 인수를 추진 중으로, 본계약 체결 후 현재 외국환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패션용 프리미엄 소재를 가공해온 유니켐은 루미아의 전자피부(e-Skin) 기술을 확보해 자동차 내장재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과 피지컬 인공지능(AI) 소재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김한주 유니켐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진=유니켐)
유니켐이 루미아에 주목한 것은 올해 초다. 회사는 2023년 최대주주 변경 이후 기존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디지털 소재 전문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김 CSO는 “2026년 1월 총괄대표님의 지침에 따라 차세대 산업 소재인 ‘전자피부(E-Skin)’ 분야를 검토했고, 수많은 대상 중 루미아의 LEL(Loomia Electronic Layer) 기술을 최적의 타깃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루미아는 압력 감지와 발열, 터치 제어 등이 가능한 유연전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얇고 유연한 전자회로를 가죽이나 직물 등에 적용할 수 있어 자동차 내장재뿐 아니라 로봇 외피와 촉각센서로 확장할 수 있다. 김 CSO는 “로봇 상용화의 핵심 병목 중 하나는 물체와의 접촉과 압력을 감지하는 촉각”이라며 “이를 구현하는 센서 기반 로봇 외피, 즉 전자피부에 루미아의 기술과 유니켐의 소재·양산 역량을 결합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유니켐의 핵심 경쟁력은 양산 역량이다. 인수 협상 과정에서도 루미아의 기술력을 대량생산과 글로벌 공급으로 연결할 수 있는 파트너라는 점을 내세웠다. 김 CSO는 “우리는 유니켐이 루미아의 기술 상용화를 이끌 수 있는 ‘최적의 스케일업(Scale-up) 파트너’임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며 “과거 북미 완성차 업계에서 스텔란티스, GM, 포드 등 글로벌 대형 고객사들과 직접 수주 계약을 성사시키고 밸류체인을 구축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글로벌 영업 네트워크와 유니켐의 글로벌 자동차회사향 50년간 검증된 양산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며 “연구실 단계의 혁신 기술을 전 세계 로봇과 자동차에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양산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짚었다.
첫 접촉 이후 본계약 체결까지는 약 10개월이 걸렸다. 지난 3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에도 거래 구조 설계와 다수 주주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협상 기간에는 매디슨 맥시 루미아 대표와 국내 잠재 고객사들을 함께 방문하며 수주 활동도 병행했다. 김 CSO는 “이를 통해 상호 간의 신뢰를 구축하고 사업 성공에 대한 확신을 공유한 것이 복잡한 쟁점들을 원만히 타결하는 핵심 원동력이 됐다”고 회상했다.
협상 과정에서는 거래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당초 2000만달러 규모의 일괄 매각이 논의됐지만 최종적으로는 단순 지분 인수를 넘어 인수 후에도 창업자와 핵심 인력이 책임경영을 다할 수 있도록 확정 현금 400만달러와 미래 성과에 연동된 200만달러 규모의 유니켐 주식 및 조건부 전환사채(CB)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재편됐다.
이에 대해 김 CSO는 “자동차 및 로봇 부문의 구체적인 양산 수주 성과에 연동하는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며 “루미아 경영진이 최소 3년 이상 근속하며 실질적인 대규모 수주 지표를 달성해야만 온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라고 짚었다.
미국 루미아 테크놀로지스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독일 산업자동화 기업 훼스토(Festo)의 로봇 손에 적용한 전자피부 기술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루미아의 유연 촉각센서 장갑을 착용한 로봇 손이 전구를 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루미아 테크놀로지스)
이어 “과거의 행정적 잔여 업무를 해소하고 거래의 적법성을 완벽히 기하기 위한 일시적 행정절차 지연일 뿐, 본 합병 거래의 펀더멘털이나 양사 간의 굳건한 신뢰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거래 종결 목표는 2027년 1월이다. 당국의 보완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1차 대금 송금을 신속히 집행하고, 남은 절차를 철저히 이행해 2027년 1월 내 최종 거래 종결(Closing)을 차질 없이 완료할 계획이다.
유니켐은 거래가 마무리되면 자동차와 로봇을 넘어 피지컬 AI 밸류체인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유니켐의 고품질 가죽 소재에 루미아의 센서 기술을 결합해 로봇이 접촉과 압력을 인식하는 전자피부를 구현하고, 촉각 데이터와 로봇 플랫폼까지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김 CSO는 “유니켐의 고품질 가죽 소재에 루미아의 센서 기술이 융합되면 로봇이 사람처럼 촉각을 느끼고 정밀하게 압력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며 “과거 자동차 부품사 재직 시 로보틱스, UAM 등 신성장 분야의 중장기 전략을 기획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가오는 피지컬 AI 시대의 밸류체인 선점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전문 양산 외주회사와 촉각 데이터 수집을 위한 데이터 파운드리, 로봇팔 플랫폼 기업 등과 전략적 파트너십도 구축 중이다. 김 CSO는 “파트너십 생태계를 주도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해 유니켐과 루미아가 글로벌 딥테크 소재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확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