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안에 반발하는 국민동의청원이 공개 엿새 만에 5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국내외 자산운용사에 이어 개인투자자까지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본회의 처리만 남겨둔 국회를 향한 재검토 압박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
2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따르면 ‘1400만 개미투자자를 기만하는 무늬만 주주 보호법인 의무공개매수제도, 주가 누르기 방지법의 전면 재검토 및 수정 입법 요청에 관한 청원’ 동의자 수는 전날 밤 5만명을 넘어섰다. 이날 오전 기준 동의자는 5만681명이다. 지난 15일 밤 청원이 공개된 지 엿새 만이다. 동의 기간은 다음달 14일까지로, 동의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국회전자청원 갈무리
청원인은 ‘남산주성’으로 알려진 김태석 가치투자연구소 대표다. 김 대표는 현재 추진 중인 의무공개매수제가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1주를 서로 다른 가치로 취급해 일반주주 보호라는 제도 도입 취지에 역행한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기존 취득분을 포함해 전체 발행주식의 ‘50%+1주’까지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인수자가 공개매수에 앞서 기존 지배주주의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가령 지배주주 지분이 40%라면 인수자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이 지분을 전량 사들인 뒤, 일반주주에게는 ‘10%+1주’만 추가로 공개매수하면 의무를 다할 수 있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과반인 회사라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는 아예 필요 없어진다.
앞서 국내외 자산운용사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나 ‘50%+1주’ 기준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선행매수를 허용하면 대주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 전량을 처분하는 반면 일반주주는 일부만 같은 가격에 팔 수 있어 주주 간 형평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대안으로는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모든 주주에게서 같은 가격·같은 비율로 사들이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영국·유럽연합(EU)·홍콩·싱가포르 등은 선행매수를 허용하는 대신 잔여 주식 전부에 매수 제안을 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법안은 지난달 17일 여야 합의로 정무위를 통과한 데 이어 28일 법제사법위원회 문턱까지 넘으며 이달 1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러나 운용사 18곳이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3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본회의 처리 보류를 촉구한 뒤 안건에서 빠졌다. 국회 안팎에서는 국정감사가 끝난 뒤 처리 방향을 다시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본시장 주요 현안에서 국민동의청원 5만명 돌파한 사례는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청원 등이 있다. 2023년 10월 공매도 제도 개선 청원은 열흘이 채 안 돼 5만명의 동의를 얻었고, 2024년 4월 금투세 폐지 청원도 공개 8일 만인 17일 5만명을 넘겼다. 이번 의무공개매수제 청원은 공개 엿새 만에 5만명을 채우며 이들 청원보다 빠르게 성립 요건을 충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