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관세 전쟁 피해 중국 속으로…내수 전쟁터 된 상하이 모터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전 07:10

[상하이=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상하이 모터쇼’ 행사장,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은 관람객 앞에서 “BMW의 중국 네트워크는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로 이는 우리의 헌신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기술 발전은 중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우리는 중국에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 상하이 모터쇼 BYD 전시관에서 취재진과 관람객들이 신차 공개 행사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행사장 한편에선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로 성장한 비야디(BYD)가 신차를 최초로 공개하며 인파를 끌어모았다. BYD의 루톈 판매사업부 총경리는 “1분기 BYD 판매량은 100만대를 돌파하는 등 판매량이 폭발하고 있으며 획기적인 기술로 세계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찾은 글로벌 CEO들, 현지 진출&협력 강조

23일부터 시작한 상하이 모터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을 공략하기 위해 수많은 업체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행사 기간 상하이에서 공개된 신차만 100대에 달하는 등 업체간 각축전이 치열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해외 브랜드의 노력이 돋보인다. BMW의 경우 모터쇼에 앞서 별도 행사를 마련해 55도 경사를 오르는 ‘BMW 비전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하며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집세 회장은 지난달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발전포럼 참석에 이어 두달 연속 중국을 찾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전날 중국 전용 전기차 세단 △CLA 롱 휠베이스 △비전 V 콘셉트카를 처음 공개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현지 기술 역량에 지속 투자하고 중국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용 전기차인 △ID.에라 △ID.에보 △ID.아우라 3종을 새로 선보였다.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토요타는 모터쇼에서 중국 전용 전기차 라인업인 BZ의 새로운 모델을 공개했다. 회사측은 이 자리에서 “사토 코지 사장은 중국이 전동화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면서 “만약 우리 제품이 중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글로벌 시장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현대차(005380)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22일 첫 중국 전용 전기차 모델인 일렉시오를 공개하고 하반기 공식 런칭 계획을 알렸다.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 모터쇼 관람객들이 화웨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상하이 모터쇼에 참석한 대다수 글로벌 브랜드 초점이 중국 내수 시장에 맞춰졌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행사가 ‘그들만의 잔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 관세 전쟁으로 올해 들어 145%의 추가 관세를 부과받는 등 대외 무역 불안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가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제3국으로 파는 것도 힘들어지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 교역 중단에 대응해 내수를 적극 활성화하겠다고 천명했다. 달리 방도가 없는 해외 브랜드 입장에선 정책 지원에 힘입어 중국 내수 시장이 커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별다른 중국 내 신차 발표 계획이 없는 글로벌 브랜드가 이번 모터쇼에 참석하지 않은 점도 이러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내수용 시장 그쳐 ‘그들만의 잔치’ 지적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새 모델을 내놓으며 전기차 시장 성장에 자신감을 내보였다. BYD는 주요 시리즈인 다이너스티(왕조)와 오션(해양)에서 총 5개의 신모델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시장 확대 계획을 알렸다.

23일 중국 상하이 국가전시컨벤션센터에서 상하이 모터쇼 관람객들이 샤오미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지난해 처음 전기차를 선보였던 샤오미는 최근 차량 화재 사고로 홍역을 치렀음에도 수많은 인파가 몰린 최고 인기 전시장 중 하나였다. 샤오미는 주력인 SU7(수치) 맥스·울트라 두가지 모델과 함께 샤오미 가전이 연결되는 하나의 생태계를 선보였다.

중국 전기차 업체 엑스펑은 다양한 주행 상황에 실시간 적응하는 AI 시스템과 함께 10분만 충전하면 420km를 주행할 수 있는 세계 최초 AI 기반 차량 엑스펑 P7+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다만 이번 모터쇼에서 중국 전기차 업체의 적극적인 해외 시장 진출 의지를 보긴 어려웠다. BYD가 올해 1분기 해외 판매량 21만대로 전년동기대비 두 배 증가했다고 설명하긴 했으나 구체적 수출 계획을 알리진 않았다.

미국과 관세 전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산 전기차들의 수출 불확실성이 커지자 신중한 모습을 유지하며 당분간 내수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한 중국 제조업체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 물량이 많지 않아 당장 관세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