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강탈"…美, EU 애플·메타 1조원 과징금에 발끈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후 10:09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미국 백악관이 23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미국 빅테크 애플과 메타가 일명 ‘갑질방지법’을 위반했다며 총 1조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대해 “경제적 강탈의 새로운 형태”라고 규정하며 “미국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미국 국기와 유럽연합 국기로 장식된 레킹볼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미국과 EU 간의 무역 갈등 등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사진=게티이미지)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새로운 형태의 경제적 강탈은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하고 약화시키며 혁신을 억압하고 검열을 가능하게 하는 역외 규제는 무역장벽이자 자유 시민 사회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 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디지털시장법(DMA) 위반 혐의로 애플에 5억 유로(약 8133억원), 메타에 2억 유로(약 3252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 억제를 위해 제정된 DMA가 작년 3월 전면 시행 후 첫 제재로 지난 1년간의 조사 끝에 조처가 이뤄졌다.

‘빅테크 갑질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DMA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방지하고자 애플·메타 등 7개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 특별 규제하는 법이다. 이들 7개 중 5개 기업의 본사가 미국에 있다.
EU 집행위는 애플의 자체 규정인 ‘외부 결제 유도 금지’ 조항이 DMA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앱 개발자는 누구나 애플 앱스토어보다 저렴한 앱 구매 옵션이 있다면 고객에게 이를 알리고 앱스토어에서 다른 외부 결제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애플이 이를 차단했다는 것이다.

EU 집행위는 메타에 대해서는 2023년 11월 도입한 ‘비용지불 또는 정보수집 동의’ 모델을 문제 삼았다. 메타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유료 이용자에만 광고를 목적으로 한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지 않고, 무료 이용자엔 데이터 수집에 사실상 강제로 동의하도록 함으로써 DMA를 위반했다고 집행위는 판단했다.

애플과 메타는 즉각 반발했다. 애플은 “집행위가 불공정하게 애플을 겨냥하는 또다른 사례”라며 불복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도 “성공적인 미국 기업에 제약을 가하면서 중국과 유럽 기업들은 다른 기준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허용하려는 시도”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EU 집행위의 벌금 부과는 전방위적 관세 정책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EU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수 있는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DMA를 비롯한 EU의 디지털 규제의 타깃이 미국 빅테크이고 과징금 역시 과세에 해당한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도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EU의 DMA를 무역장벽의 하나로 거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