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vs베센트, 트럼프 앞 분노의 말싸움…"레슬링 연상"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전 09:37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기싸움을 벌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고함 대결을 펼쳤다는 전언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AFP)
23일(현지시간) 미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복수 소식통들을 인용해 두 사람이 국세청 직무대형 임명과 관련해 충돌하면서 지난 17일 백악관 서관(웨스트윙)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격렬한 말싸움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 사이에 보좌관이 끼어들어 둘을 떼어놓을 정도로 격렬한 논쟁이었으며, 마침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방문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가까운 장소에 있었다고 악시오스는 설명했다.

한 목격자는 “두 명의 억만장자 중년 남성들이 프로레슬링을 벌인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말 대단한 광경이었다. 정말 시끄러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앞서 지난 18일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국세청 직무대행이 게리 섀플리에서 재무부 부장관인 마이클 포겐더로 사흘 만에 교체된 배경을 조명했다. 관세청이 재무부 산하임에도 머스크 CEO가 자신이 지지하는 섀플리의 임명을 위해 베센트 장관과 상의를 하거나 조언을 구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움직였으며, 이 사실에 분노한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수장 교체 승인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머스크 CEO와 베센트 장관이 서로를 위협하며 가까이 마주 서 언쟁을 벌일만큼 날카롭게 대립했다는 사실은 처음 보도됐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사진=AFP)
악시오스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머스크 CEO가 재무부 관련 업무에서도 자신을 제외하는 등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며 국세청 직무대행 교체를 요청했다. 그는 17일 회의에서 머스크 CEO에게 이 문제를 직접 따져물었다. 베센트 장관은 머스크 CEO에게 효율부의 예산 삭감과 관련해 과장된 목표를 정하고 실제 성과는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으며, 머스크 CEO는 베센트 장관이 민주당 핵심 기부자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의 측근이란 점에서 “소로스의 스파이”, “실패한 헤지펀드 운영자”라고 비난했다. 한 소식통은 이 과정에서 F자를 포함한 심한 욕설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밤 머스크 CEO는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 증오자’와 공모했다는 극우 논객 로라 루머의 소셜미디어(SNS) 글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루머는 베센트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 정책에 반대하는 금융계 인사와 만난 것을 비난했고, 머스크 CEO는 이 글을 공유하면서 “골치 아픈 일”이라고 반응했다.
두 사람 모두 화해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악시오스는 “머스크 CEO와 베센트 장관의 고함 대결은 머스크 CEO가 효율부를 앞세워 정부 기관들을 제멋대로 밀어붙이기 시작한 이후 일부 고위 행정부 관계자들의 심기를 얼마나 불편하게 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머스크 CEO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 베센트 장관의 경쟁자인 하워드 러트닉 현 상무장관을 재무장관으로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센트를 재무장관으로 발탁했고, 이번 국세청 임무대행 건과 관련해서도 베센트 장관의 손을 들어줬다.

베센트 장관의 한 측근은 “많은 사람들이 놀라는 점은 베센트 장관이 온화한 사람이라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그도 한계가 있고, 화낼 줄도 안다”고 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머스크 CEO와 베센트 장관의 갈등과 관련해 “의견 불일치는 건강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정상적인 일”이라면서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