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가운데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오른쪽)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사진=AFP)
또한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월 의장 해임 움직임이 연준의 실질적인 통화 정책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을 축출해도 연준 이사들이 파월 의장과 유사한 통화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소셜미디어(SNS)에 “파월의 해임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는 글을 남겨 파장을 일으켰다. 파월 의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의 주장이 엉터리라면서 해임을 촉구했다.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직무실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내가 그(파월 의장)를 내보내고 싶다면 그는 아주 빨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나는 그가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연준의 금리 결정에 대해 파월 의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하지만 그가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한 것은 처음이었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연준의 존립 근거인 연방준비법에 따르면 연준 이사는 정당한 사유에 의해서만 해임될 수 있게 돼 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베센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설득으로 파월 의장 해임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WSJ의 보도와 관련해 “대통령은 수많은 주제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훌륭한 참모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결국 최종 결정권자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실제 월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강제로 끌어내리더라도 현재 연준 이사들 사이에서 금리 인하 찬성 의견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금리가 인하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연준은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는데, 이는 물가상승률이 하락했고 경기침체 리스크를 잠재울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연준은 관세 정책으로 인해 물가가 다시 상승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즉, 금리를 인하하면 소비나 고용을 부양할 수 있겠지만 관세로 인해 이미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하까지 겹쳐 물가 상승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결정한 배경에도 베센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의 조언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관세 옹호론자’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은 백악관 집무실로 달려가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공식화할 때까지 혹여 나바로 고문이 돌아올까봐 백악관 집무실을 지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