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트럼프 보란듯 더 강력한 기후목표 제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전 12:49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글로벌 기후회담에서 향후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을 더욱 엄격하게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여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TV(CCTV)는 이날 “시 주석이 기후변화 공동대응을 위한 비공개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경제 전반과 모든 온실가스를 포괄하는 새로운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의에서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국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행동은 늦춰지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협력 촉진 노력도 약화하지 않을 것이며,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려는 실천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는 오늘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을 위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공동 주최로 열렸다.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됐으며, 시 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주요 국가 정상들이 화상회의에 참석했다. 한국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자리를 채웠다. 취임과 동시에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한 트럼프 대통령은 불참했다.

중국은 2023년 기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30%를 차지했다. 미국은 13~14%로 중국 다음으로 많다. 두 나라를 합치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화석연료 중심 에너지 정책으로 회귀했다.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도 집권 1기에 이어 또다시 탈퇴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국가 차원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경제 전반의 목표와 함께 메탄이나 아산화질소와 같은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 역시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내용을 포함해 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시 주석은 중국 자체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재확인한 셈이지만, 기존 미국의 리더십을 중국이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다른 국가 정상들과 정부 수반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 주석이 이러한 계획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영향, 경기침체, 미국의 기후 정책 후퇴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자체 기후 목표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시 주석은 이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일부 국가가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열중해 국제 규칙과 질서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역사는 항상 굴곡 속에서 전진해왔다. 모든 국가가 법치를 옹호하고, 약속을 존중하고, 녹색 저탄소 개발을 우선시하고, 다자간 거버넌스를 통해 기후 위기에 공동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 서명한 195개국 중 현재까지 국가별 기여방안(NDC)으로 알려진 새로운 배출 계획을 유엔에 제출한 국가는 19개국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대다수 국가들은 오는 9월까지, 늦어도 11월 COP30 개최 전까지는 제출하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