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로 역풍 맞을것”…‘실적시즌’ 美기업들의 경고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후 02:40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실적 발표 시기를 맞은 미국 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인한 피해를 거듭 경고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기업 경영진들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비판을 꺼려왔으나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광범위한 관세로 인한 지출 증가, 공급망 붕괴 등 우려를 적극 표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항구에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다.(사진=AFP)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2일 기준 스탠다드앤드(S&P)500 지수에 속하는 대형주 중 실적 발표를 마친 기업은 5분의 1도 되지 않았지만 이들 중 90% 이상이 실적 보고서,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관세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경기 침체’를 언급한 기업은 44%에 달했다. 지난해 4분기 ‘경기 침체’가 언급된 비율은 3% 미만이었다.

미국의 대형 철도 회사 노퍽서던은 23일 관세로 인해 자동차와 복합 운송 컨테이너의 선적이 늦어질 수 있으며 수출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 아래 석탄 생산도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잉 또한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일부 항공기에 대한 대체 구매자를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항공사들이 미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보잉 항공기 인도를 사실상 중단했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전력회사 넥스트에라 에너지의 존 케첨 최고경영자(CEO)는 “관세는 가스 발전기 가격을 상승시킬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의 전력 수요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례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 터빈 제조사 GE 버노바는 올해 비용이 최대 4억달러(약 572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술 기업인 베이커휴즈는 무역 전쟁으로 인한 수익 감소, 공급망 붕괴, 유가 하락 등으로 시추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커휴즈가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최대 2억 달러(약 2860억원) 줄어들 수 있다고 밝히면서 23일 정규장에서 주가가 6.44% 하락했다.

미국 최대 통신사 AT&T와 버라이즌은 관세가 휴대전화와 무선 라우터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3M의 윌리엄 브라운 CEO는 “관세는 올해 역풍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문제를 현명하고 전략적이며 정밀하게 대응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3M은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전 세계 110개의 공장과 88개의 유통 센터를 재배치하고, 비용 절감과 가격 인상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체 펄트그룹의 라이언 마셜 CEO는 관세가 신규 주택 판매 가격에 약 5000달러(약 715만원)를 추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시장 변동성,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금리 변동성,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4월 수요는 변동성이 더욱 커졌고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항공우주 및 방위 산업 회사인 RTX는 관세가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되면 세전 영업이익에서 8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의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GE에어로스페이스는 5억 달러(약 7150억원)의 추가 비용 상쇄를 위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미국 자산운용사 TCW의 스티븐 퍼디 기업투자총괄은 “CEO들은 현재 매우 불행한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은 6개월 후에 완전히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눈을 뜨게 될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끔찍한 악몽처럼 느껴질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