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피난민을 대피시킨 학교에서 피해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사진=로이터)
실제 텔레그램에 올라온 영상 속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하마스는 나가라, 전부 나가라(All of Hamas, out)”, 하마스는 쓰레기다(Hamas is garbage)”, “우리의 메시지를 전해라(Deliver the message)” 등 구호를 외치며 가자지구 거리 곳곳에서 하마스를 향한 분노를 공개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를 가자지구를 전쟁과 파괴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 지목하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가자지구 출신 변호사이자 반하마스 활동가인 무멘 알나투르는 “세상은 ‘가자=하마스’로 착각하지만, 우리는 하마스를 선택한 적이 없다”며 “하마스는 가자를 지배하려 들고 우리의 운명을 자신들과 함께 묶으려 한다. 이제 하마스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알나투르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의 죽음을 지지하는 것이지,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은 위험한 일로 여겨진다. 하마스는 수년간 반대 의견을 탄압해왔고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달 말 오다이 알루바이(22)는 가자시티의 한 난민 쉼터에서 무장 괴한에게 납치된 후 고문당한 시신으로 발견됐다고 BBC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인권위원회는 이를 “생명권의 중대한 침해이자 불법 처형”이라고 규정했다. 그의 가족은 하마스를 살해 책임자로 지목하고, 공개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사망 전 알루바이는 어두운 영상 속에서 “하마스가 나를 노리고 있다”며 공포에 떨던 모습을 남겼다. 그는 “가자는 유령 도시가 됐다. 왜 나를 노리는지조차 모르겠다. 이들은 우리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여름께 하마스를 비판한 아민 아베드 역시 집단 폭행으로 신체 곳곳이 골절되고 신장까지 손상되며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고 BBC는 전했다. 그는 현재 두바이에 머물며 여전히 반하마스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아베드는 “하마스의 권력은 분명히 약화되고 있다”며 “이제 하마스는 시민과 활동가를 죽이고 협박하는 방식밖에 남지 않았다. 예전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최근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해 지하로 숨은 하마스에 대한 가자 시민들의 분노는 거세지고 있다. 북부 베이트라히야에서는 하마스 무장대가 민가에서 로켓을 발사하려다 주민들에 의해 저지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익명을 요청한 목격자는 BBC에 “무장대가 한 노인의 집에 로켓을 배치하려 하자 가족과 이웃들이 달려가 그들을 막았다”며 “총탄도 주민들을 막지 못했고, 끝내 하마스는 철수했다”고 전했다. 가자 주민들은 “너희 무기가 우리에게 파괴와 죽음만 안겼다. 이곳을 떠나라”며 총탄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는 2007년 하마스가 무력으로 다른 정치 세력을 몰아내며 장악한 뒤, 3차례 대규모 전쟁과 2차례의 국지전을 겪었다. 현재 1년 반 넘게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습과 하마스의 통제 속에서 주민의 삶은 끝없는 절망에 빠져 있다. 가자지구 내에서 하마스에 대한 공포를 뚫고 “우리는 하마스가 아니다”라는 목소리가 점차 울려 퍼지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수장이 23일(현지시간) 서안 라말라에서 열린 제32차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AFP)
마무드 아바스(89) PA 수장은 이날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중앙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하마스에 인질 석방과 무장해제, 가자지구 통치권 이양을 요구하면서 원색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아바스 수장은 하마스가 인질을 풀어주지 않아 “불법적인 점령 세력(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 범죄를 저지를 핑계를 제공하고 있다”며 그 대가를 “이스라엘이 아닌 나와 우리 국민이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마스를 경멸하는 언어를 사용하면서 “(인질들을) 넘겨주고 우리를 여기서 꺼내달라”며 아랍어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이래 아바스 수장이 하마스를 가장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이다. 아바스 수장이 이끄는 PA와 하마스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통치 문제를 두고 수십 년간 이념적·정치적 갈등을 빚어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연초 합의한 휴전이 지난달 깨진 이후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공습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