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3주내 中관세율 조정"…시장은 기대반, 의심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4일, 오후 06:53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공 모드였던 관세 정책 기조를 완화쪽으로 빠르게 선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2~3주 내 협상중인 90여개 국가들과 관세율을 조정할 것”이라며 “그 안에는 중국도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대중 관세율 145%는 사실상 너무 높다”고 기존 스탠스에서 한 발 물러선 데 이어 이날도 완화적인 모습을 이어간 것이다. 특히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 관세도 면제할 계획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가 나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다만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시장에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짙게 깔려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AFP)
◇“중국과 매일 대화하고 있다”…관세조정 논의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대중 관세율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건 중국에 달렸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90개국과 협상 중이며, 모두 공정한 거래를 원하고 있다. 훌륭한 거래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2~3주 안에 관세율 조정을 결정할 것”이라며, 그 대상에 중국이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밝혀, 양국이 비공식적으로 관세 조정 가능성을 논의 중임을 암시했다.

현재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 중국에 부과한 추가 관세율은 최대 145%에 달한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 평균 대중 관세율이 약 20%였던 점을 고려하면, 누적 관세 부담은 165%가 넘는 셈이다. 이에 맞서 중국도 대미 관세율을 125%까지 올리며 양국 간 무역은 사실상 단절 상태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실질적인 출구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도 중국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그는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무역금융연구소(IITF) 연설에서 “중국이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면, 우리는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양국 간 ‘빅딜’의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기자들과의 만남에서도 “현재의 관세 수준은 양측 모두에게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상호적인 방식으로 관세가 인하되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관세율을 낮추는 ‘교환 방식’의 조율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그는 무역 불균형 전반을 조정하는 데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단은 과도하게 높은 관세를 일부 낮춘 뒤, 단계적으로 무역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추가 관세율을 절반 이상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145%에 이르는 대중 관세율을 50~6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안은 미 하원 중국 특별위원회가 지난해 말 제안한 방안으로, 국가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 품목에는 35%, 전략적 품목에는 최소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차등 관세’ 제도다. 이 법안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율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25%)를 일부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펜타닐 대응 명목으로 부과한 20% 관세,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에서 중첩적으로 적용된 자동차 부품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는 특정 품목에 한해 관세 부과를 분리하거나 제거하는 ‘디스태킹(Destacking)’ 전략의 일환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강경 관세 정책에서 한발 물러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조치다.

◇최악의 국면 피해도…즉흥적 정책에 불확실성 팽배

현재 미국은 대부분 교역국에 11~50% 수준의 상호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해서도 90일간 유예 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중국에 대한 관세도 점차 조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어 최악의 국면에서는 빠져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관세 정책은 정교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시장은 큰 혼란에 직면해 있다. 관세 정책이 예측 가능하다면 기업들은 이에 맞춰 사업 전략과 공급망을 재편할 수 있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조치들로 인해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프리덤 캐피털마켓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인 제이 우즈는 “매우 실망스러운 상황”이라며 “한 가지 일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했다가 또 다른 일이 일어나는 등 매일매일이 불확실성, 불확실성, 불확실성일 뿐이다”고 꼬집었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험용 풍선’일 수 있다”며 “중국의 반응 없이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