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폐지 목적 ‘7월 패키지’ 마련…"방위비·FTA재협상 없었다”(재종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5일, 오전 08:4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세종=김은비 기자] 한미 양국이 25%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7월 패키지’를 마련하는데 공감대를 마련했다. 한국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도 미국과 별도로 논의를 해 나가기로 했다. 양측은 이르면 내주 협상의 기본 틀(agreement of understanding)을 마련한 뒤 구체적인 기술적 사항(technical terms·실무협의)에 대한 논의는 추가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및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에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중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함께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Trade Consultation)‘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안 산업부 장관, 최 부총리,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사진=기획재정부)
◇자동차 부정적 효과 중점 설명…조선 협력 강화 등 논의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함께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2+2 통상 협의’(Trade Consultation)을 가졌다

한미 양측은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데 공감대가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문제와 경제 안보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합의인 ‘원스톱 쇼핑’을 원하는 데 따른 것이다.

최 부총리는 우선 “미국의 상호관세와 품목관세 부과가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음을 설명했다”며 “한국에 부과된 관세에 대한 면제와 예외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특히 우리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분야에 대해 중점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미국의 주요 관심사인 무역·투자, 조선, 에너지 등과 관련한 우리의 협력 의지와 비전을 소개했다.

이를 위해서 조만간 산업부와 USTR 간 실무(technical level) 협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또 오는 5월 15일부터 양일간 한국에서 개최되는 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USTR 그리어 대표와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안덕근 장관은 “미국 행정부에서 목말라하는 조선 산업 역량 강화에 상당히 잘 맞아 들어갔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환율문제도 결국 별도 논의키로…“조만간 실무협의”

특히 이번 회담에서 한미 양측은 환율정책에 별도 논의를 하기로 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1년 만에 재지정됐다.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와 미국과의 양자간 무역 흑자라는 2가지 기준을 충족된 탓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교역국이 의도적으로 환율을 절하하면서 대미 무역흑자를 늘리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경우 지난해말 탄핵국면에 빠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금을 대거 빼가며 환율이 절하된 측면이 있다. 의도적으로 환율이 절하된 게 아니긴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한다.
최 부총리는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간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며 “조만간 실무협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자회견에서 “환율 조작 등 그런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베센트 장관이 환율 부문은 재무부간 별도 논의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대선 전 합의는 없다?…“차분하고 질서있는 협의 공유”

우리 정부는 일단 미국측의 요구사항을 일부 들어주면서도 협상 시간을 최대한 늦추는 방식으로 협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무대행체제에서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최대한 시간을 늦추면서 민감한 이슈는 차기 정부에서 매듭을 짓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오늘 2+2 회의를 통해 협의 과제(scope)를 좁히고 논의일정(schedule)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협의의 기본 틀을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서두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질서있는 협의를 위한 양국 간 인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는데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실무 협의와 추가적인 고위급 협의를 통해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미국의 관세정책과 관련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정부는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레드라인’ 설정은 어디까지…“방위비, 한미FTA재협상 없었다”

동시에 한국이 ‘레드라인’을 어느정도 설정했는지도 관심사다.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는 방안, 쌀,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 한국에 민감한 분야에 대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 부총리는 “이번 협의에서 방위비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안 장관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해서 “얘기가 나온 바가 없다”며 오히려 FTA재협상을 하게 되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측이 원하는 카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 많이 나왔던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했지만, 특정 부분을 뽑아서 얘기한 것은 없었다”면서도 “전반적인 분야에 대해서 그리고 디지털 분야 등에 대해 얘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USTR은 NTE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미국 클라우드 서비스(CSP)를 사용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로봇, 항공기 등 주요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이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해외 CSP에 데이터를 저장할 경우 이를 ‘수출’로 간주해 정부의 사전 심사를 받아야 한다. USTR은 이러한 제도가 사실상 미국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차단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한국의 위치 기반 데이터 수출 제한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국제 공급업체들에게 경쟁상 불리한 환경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