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 5.3% 성장한 우크라…채권자 “7798억원 달라”

해외

이데일리,

2025년 4월 25일, 오후 03:42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계속되는 가운데, 키이우에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아파트 건물 옆에 경찰관들과 지역 주민들이 서 있다.(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여전히 전쟁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가 이번에는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이날 32억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GDP) 연계 지급권 보유자들과의 회담이 합의 없이 끝났다고 밝혔다.

GDP 연계 지급권은 우크라이나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254억달러를 초과하고 연간 성장률이 3%에 도달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설계된 증권이다. 문제는 2023년 우크라이나의 GDP 성장률이 5.3%로 기준치를 초과, GDP는 1790억달러로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지급권 보유자들은 이를 근거로 오는 6월 2일 5억 4200만달러(7798억원)를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무부는 2023년 성장률을 바탕으로 보상금을 지불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3년 성장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경제성장률이 28.8% 곤두박질친 전년에 대한 반동에서 나타난 수치라는 것이다.

특히 올해 이후부터는 보상금 지급액에 상한이 없다. 이는 우크라이나에 이 GDP 연계 지급권이 수십억달러어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우크라이나의 대부분 기반시설은 파괴됐고 수백만명의 노동자들은 해외로 탈출하거나 점령지에 거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이 이뤄질 경우, 실상은 어찌됐든 우크라이나 GDP는 빠른 속도로 올라갈 수 있다. 지급권을 보유한 단체는 IMF의 전망에 따라 향후 누적 지급액이 66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급권 보유자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GDP 연계 지급권을 단순 채권으로 교환하거나, 2028년까지 지급을 유예하는 대신 추가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이다. 만약 재조정에 실패할 경우, 우크라이나는 ‘콜옵션(call option)’을 행사해 지급권을 되사올 수 있다. 이 옵션은 2027년 8월까지 언제든 실행할 수 있지만, 당장 26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는 부담이 존재한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재정 압박을 받고 있고, 국제 기부금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재정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지급권에 따른 지급을 2025년 5월 31일부터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설정했으며, 이는 재조정이 완료될 때까지 유효하다.

GDP 연계 지급권의 30%를 보유한 투자펀드들은 전면적인 구조조정은 적절하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지급 시기를 연기하거나 2025년 이전 지급상한을 GDP의 1%에서 0.5%로 낮추는 등 채권 구조조정에 협조해왔다는 것이다. 대신 투자펀드들은 우크라이나가 5억 4200만달러 중 일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금액을 신규채권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지급권 보유자들은 우크라이나가 채무 불이행을 선언하는 사태는 피하길 바라며, 우크라이나 역시 언젠가는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장의 신뢰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