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오찬 회동 중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무역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그들은 오늘 오전에 회의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의 참석자들이 누구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오늘 오전에 만났고 우리는 중국과의 만남을 가져왔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대중 관세율 145%는 사실 너무 높다”고 밝혔으며 23일엔 “중국과 매일 대화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연일 중국에 대해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중 관세 협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냉담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양측은 관세 문제에 대해 협상하지 않았다”면서 “미국측은 혼란을 일으키지 말라”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전날에도 미국과 관세 협상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한편에선 미국에 대한 관세를 일부 면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블룸버그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의료장비와 에탄 등 일부 산업용 화학제품 및 항공기 임대료에 추가 관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CNN도 이날 중국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관세 당국이 미국에서 제조된 반도체 8종에 125% 보복 관세를 철회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나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중국은 대미 수출 비중이 약 14%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미국과 서로 100%대 관세를 매겨 교역이 중단되면 피해가 상당할 전망이다.
다만 미국측이 먼저 시작한 관세 전쟁이 미국의 협상 제의로 마무리되면 중국은 사실상 큰 피해 없이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사설을 분석한 기사를 게재했다.
WSJ는 사설에서 1980년대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강경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했다가 시장 반대에 부딪혀 철회했던 ‘미테랑 모멘트’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철회하고 있다고 지목했다.
WSJ는 “하나의 냉혹한 현실은 중국이 트럼프의 허세를 폭로하고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GT는 이를 두고 미국 보수 세력에서 상당한 권위를 지닌 매체가 사실상 중국의 승리를 인정했다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에서는 ‘중국이 이번 라운드에서 이겼다’는 키워드가 화제 검색어 상위권에 올라온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