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미쓰비시중공업 시총 첫 10조엔 돌파…AI·방산 성장 기대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09일, 오후 05:3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 도쿄증시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조엔(약 97조원)을 돌파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가스 터빈 복합 발전(GTCC)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일본 정부의 방위비 증액에 따라 방산 사업도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결과다.

2024년 3월 21일 나고야시 인근 아이치현 도비시마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우주 시스템 공장에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미디어 투어 중 기자들이 2번 조립 공장 바닥에 있는 로켓 코어의 이미지를 촬영하고 있다. (사진=AFP)


9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장중 전장 대비 3% 오른 2965.5엔까지 상승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총 발행 33억7364만7810주를 기준으로 계산된 시가총액은 10조45억엔에 달했다.

도쿄증시에서 시가총액이 10조엔을 넘는 기업은 토요타자동차(42조엔), 소니그룹(21조엔), 히타치제작소(17조엔) 등 18개에 불과하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이날 2026년 3월기 순이익이 전기 대비 6% 증가한 2600억엔에 이를 것이라는 실적 전망도 발표했다. GTCC 발전 설비와 항공 엔진의 호조가 실적을 견인하며, 항공·방위·우주 부문도 수주 증가에 힘입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1%로 전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7% 증가한 5조4000억엔,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사업이익은 10% 증가한 4200억엔으로 전망했다. 특히 방위비 증액에 따라 항공·방위·우주 부문의 2026년 3월기 매출은 전기 대비 31% 증가한 1조3500억엔을 계획하고 있다.

모로타 토시하루 오카사와 증권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점을 가진 스탠드오프 미사일 관련 분야는 방위성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라며 “2023~2027년 사이 국방성과의 연간 평균 계약 규모는 1조5000억엔에 이르고, 수년 뒤에는 매출도 이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 세계적으로 방산주 랠리 속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의 주가를 지탱하는 핵심은 전체 사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에너지 부문이라고 닛케이는 짚었다. 그중에서도 GTCC 사업이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GTCC는 가스터빈 발전과 함께 폐열을 활용한 증기 터빈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친환경성과 고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발전 방식이다.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석탄화력보다 환경 부담이 적은 GTCC의 수요가 늘고 있다.

오자와 히사토 미쓰비시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모르는 사이에 당사 주가가 미국 엔비디아 주가와 연동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하며 에너지 수요 증가와 AI 연관성에 주목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40배로, IHI(약 16배), 가와사키중공업(약 17배)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미쓰비시중공업 주가는 이날 오후 12시 55분께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며 시총 10조엔을 돌파했으나 오후 1시30분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하락 전환했다. 종가는 이날 2731.5엔으로 전장 대비 5.6% 하락 마감했다. 향후 실적을 좌우할 수주 감소가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으며, PER 수준에 비해 순이익 증가율이 6%로 낮다는 점도 차익 실현 매물을 부추겼다.

주가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생산 체제 확대가 핵심으로 꼽힌다. 모로타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의 방위성 수주량이나 향후 해외 이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인재 확보 및 공급망 정비가 필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