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몇 시간만에 포격 주고받아…인도-파키스탄 '긴장' 지속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11일, 오전 10:56

10일(현지시간) 인도 잠무 카슈미르 지역의 국경 근처에 위치한 아르니아(Arnia) 마을에서 한 남성이 국경을 넘은 포격으로 산산이 부서진 주택의 창문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인도와 파키스탄의 휴전협정 체결 몇 시간 만에 다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양측은 휴전협정을 위반한 것은 상대방이라며 서로를 비난했다.

인도령 카슈마르의 오마르 압둘라 수석장관은 10일(현지시간)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포격소리와 포탄으로 추정되는 붉은빛이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영상을 게시했다. 그는 “휴전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며 “스리나가르 전역에서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

인도령 카슈미르의 수석장관이 오마르 압둘라가 10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이 인도를 공격하고 있다며 올린 영상(사진=오마르 알둘라 X 계정
인도 언론은 인도와 파키스탄의 실질적 국경선인 통제선(LoC)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비크람 미스리 인도 외무장관은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파키스탄이 합의를 위반했다며 “두 나라 사이에 합의된 사항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파키스탄이 위반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상황을 다룰 것을 촉구한다”며 인도군의 국경침범에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은 휴전을 위반했다는 인도의 주장을 일축했다. 아타울라 타라르 파키스탄 정보부장관은 파키스탄 방송 지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측이 협정을 위반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밝혔다. 오히려 파키스탄 외무부는 성명에서 인도가 오히려 휴전협정을 위반했으며 파키스탄 군대가 “책임감과 자제력”을 가지고 상황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양국이 당일 발표한 휴전합의의 충실한 이행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국방부는 또한 현장에 있는 군인들에게 자제력을 발휘할 것을 촉구했으며, 휴전 협정 이행과 관련된 모든 문제는 적절한 수준에서의 소통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CNN은 파키스탄이 통치하는 카슈미르 빔버 지역에서도 수십 건의 폭발음이 울려퍼졌으며 투사체가 공중으로 날아가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셰바르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이날 밤 연설에서 휴전 협정 체결 후 카슈미르에서 발생한 폭발사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파키스탄의 군사적 대응을 칭찬하는데 집중했다.

휴전 합의 몇 시간 만에 군사적 충돌이 재개되면서 향후 휴전협정이 지켜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10일 인도와 파키스탄의 휴전협상 체결 사실을 알리며 그 배경에는 자신과 JD 밴스 부통령의 48시간에 걸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합의에는 즉각적 휴전뿐만 아니라 중립적 장소에서의 광범위한 문제에 대한 회담”도 포함된다고 밝혔지만 인도 외교부는 이에 대해 부인했다.

아울러 인도 정부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휴전협정 체결에도 인도가 발표하고 파키스탄이 보복한 무역 중단 및 비자 취소 등의 조치는 일단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도가 중단한 1960년 ‘인더스강 조약’을 중단시켜 파키스탄으로 흐르는 인더스 지류 강물 차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더스강에서 흐르는 강줄기는 파키스탄 관개농업의 80%를 공급하는 동맥으로, 파키스탄에서 농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2.9%, 고용의 37.4%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인더스강 지류 강물 차단을 “전쟁행위”라고 부르며 격분하는 이유다. 이후 파키스탄은 1971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이후 서명된 평화조약인 ‘심라 협정’을 폐지했다. 이 협정은 50여년에 걸쳐 양국간의 갈등이 격화하는 것을 막은 ‘안전장치’로서의 역할을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담당 국장을 지낸 타만나 살리쿠딘은 미국이 휴전 유지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살리쿠딘은 인도와 파키스탄 지도자들은 국내 지지 기반을 공고히 하고 강화된 군대를 과시하고자 한다며 호전적인 언사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인도와 파키스탄에 대해 대사를 임명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이 그 지역에서 중재자로서의 영향력을 약화시켰다고 밝혔다.

불안한 휴전 속 주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인도령 카슈미르에 사는 아키브 아메드는 “어젯밤은 정말 지옥같았다. 아침 6시 30분까지 포탄이 쏟아졌다”고 밝혔다. 휴전선 인근 히말라야 산기슭 마을인 수란코트에 사는 사이마 카지는 밤 사이 집문도 잠그지 못한 채 도망쳤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귀에 포탄이 터지는 소리가 맴돈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인도군의 공격을 받은 군 기지 근처에 거주하는 파키스탄의 라왈핀디에 거주하는 라하트 안와르 아바시는 양국이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는 한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충돌의 계기가 된 4월 22일 잠무 카슈미르 파할감 총격테러 사건에 대해 “공동 조사로 충분했을 일. 양측에게 전쟁과 희생은 불필요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