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학살'이라며 콩고 사진 전세계에 보인 트럼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전 09:34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이라고 주장하며 제시한 사진은 남아공이 아닌 콩고에서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진은 백인 농부와도 전혀 무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미·남아공 정상회담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남아공의 백인 농부 학살이라며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은 남아공과는 무관한 콩고 내전 상황을 담은 사진이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22일 트럼프가 라마포사 면전에서 내보인 사진이 2023년 2월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도시 고마에서 촬영된 로이터 뉴스 영상의 캡처 화면이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은 콩고 내전 상황을 담은 영상으로, 르완다 지원을 받는 반군 ‘M23’의 공격 이후 시신을 수습하는 인도주의 단체들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남아공의 백인 농부와는 전혀 무관한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학살당한 백인 농부들이 매장당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유사한 상황을 담은 영상도 재생했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트럼프가 재생한 해당 영상과 사진을 본 뒤 “저게 어디인지도 모르겠다. 난 저곳을 본 적이 없다. 어디서 촬영된 것이냐”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재차 남아공에서 촬영된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회담 전에 영상 및 관련 기사를 준비하고 직접 자신의 집무실 조명까지 조정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라마포사 대통령에 보여준 사진은 미국의 보수 성향 온라인 매체 ‘아메리칸 싱커’가 남아공과 콩고 지역의 인종 갈등을 다루며 작성한 글에 첨부된 사진으로, 이미지에는 자막 설명이 없었다. 해당 글을 작성한 아메리칸 싱커의 편집장 안드레아 위드버그는 “트럼프가 이미지를 오인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왜곡된 사진을 남아공의 백인 박해라고 주장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영상을 촬영한 로이터 영상기자 자파르 알 카탄티는 “그날 고마 현장에 접근하기 위해 반군 M23과 협상하고 적십자(ICRC)와 조율해 간신히 촬영한 영상인데, 트럼프가 이를 남아공의 인종 학살 증거로 사용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전 세계가 지켜보는 자리에서, 미국 대통령이 내가 콩고에서 찍은 영상을 남아공의 ‘백인 학살’ 증거로 왜곡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