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관세 50% 때린 트럼프, 英과 '무관세' 약속 지킬까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02일, 오전 11:56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기존의 두 배인 50%로 인상한다고 전격 선언한 가운데 유일하게 관세 협상을 끝낸 영국 정부와 기존 합의를 확정할지 주목된다. 영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에 영국산 철강 수출품에 대한 무관세 조치와 같은 기존 합의에 대한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관세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
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조나단 레이놀즈 영국 산업통상장관은 오는 3~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레이놀즈 장관은 지난달 8일 양국이 서명한 ‘경제번영협정(Economic Prosperity Deal)’의 구체적인 이행 일정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이 협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합의 형태로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전화통화한 후 서명했다. 관련 관세 조정은 아직 공식적으로 시행되지 않은 상태이며, 영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명확한 이행 일정을 요구하고 나설 계획이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는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연간 10만대에 한해 기존 25%(최혜국 관세 포함시 27.5%)에서 10%로 낮추기로 했으며, 영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도 0%로 철폐하기로 했다. 해당 관세 완화 조치의 대가로 영국은 미국에 에탄올, 소고기, 농산물, 기계류 등의 시장을 개방해 미국 제품에 50억달러 규모의 수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다만 미국은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영국에 부과하기로 했던 10%의 상호관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에서 50%로 두 배 인상하겠고 발표하자 영국 철강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가레스 스테이스 영국철강협회 대표는 “영국 철강 산업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며 “우리의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 과연 열릴지, 아니면 완전히 닫힐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기업들이 해당 협정의 혜택을 최대한 빨리 누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며, 향후 구체적인 절차를 곧 발표할 것”이라면서 “미국 측이 필요한 절차를 조속히 마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주재 영국 대사관 역시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력해 협정의 신속한 이행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당초 협정 내용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간 협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무역 적자를 이유로 모든 국가에 상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글로벌 관세 전쟁’에 착수한 이후 이뤄진 국가간 첫 합의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가 진행해온 일련의 무역 협상 중 첫 번째”라고 치켜세웠고 스타머 총리도 “외교적 성과”로 자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법적 대응에 몰두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그의 관심이 영국과의 무역 이행 문제에 충분히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FT는 짚었다.

실제 관세 소송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법원(USCIT)은 지난달 28일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인 권한이 의회에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시행한 상호관세의 철회를 명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바로 항소하면서 항소법원이 USCIT 판결의 효력 정지를 결정한 상태다.

현재 사건이 항소심 재판부에 계류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부과를 막는 판결이 나올 경우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만약 법원이 예상과 다르게, 우리의 관세에 반대하는 판결을 내린다면, 그것은 다른 나라들이 ‘반미(反美) 관세’로 우리나라를 인질로 잡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