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美, AI 투자·도입 모두 ‘압도적 선두’…中도 바짝 추격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미국에서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술 스타트업, 이른바 ‘유니콘’ 기업은 총 690개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기업가치는 2조 5300억달러에 달했다. 중국은 162개사·7024억 6000만달러, 유럽연합(EU)은 107개사·3333억 8000만달러로 각각 조사됐다.
WSJ은 유니콘 기업 현황은 ‘자본주의적 혁신’을 측정하는 지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즉 미국이 혁신에서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EU는 중국에도 크게 뒤처져 있다는 의미다. 이는 혁신의 상징인 AI 부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은 2022년 11월 오픈AI의 ‘챗GPT’ 출시 이후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구글 등 빅테크들이 AI 산업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전통적인 민간 주도 ‘규모의 경제’ 방식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구글, MS, 메타, 아마존 등은 올해에도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에 32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 결과 미국은 AI 혁신에서 독보적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지난 4월 발표한 ‘AI 인덱스 보고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1091억달러로 중국(93억달러)의 12배, 유럽(45억달러)의 24배에 달했다. 2023년 기준 주요 AI 모델 개발도 미국이 40개, 중국이 15개인 반면, 유럽은 3개에 그친다.
중국은 정부 주도 전략적·대규모 투자 및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AI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정부의 AI 규제조차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AI 개발과 관련해선 개인정보 보호법을 유연하게 적용해 빅테크들이 14억명 이상의 사용자 데이터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원하는 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민간에서는 AI 스타트업과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산업별 특화 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올해 1월 ‘딥시크 쇼크’로 전 세계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은 AI 특허·논문·앱 개발에서도 세계 2위로 부상했다. 2023년 중국의 AI 특허 점유율은 22.4%, 컴퓨터과학 논문 비중은 23.2%로 미국을 앞선다. 다만 중국은 민간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구매나 기업용 AI 도입에선 아직 미국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다.
◇EU, 규제에 발목 잡혀…지지부진한 투자·혁신도 지연
반면 EU는 AI법(AI Act) 등 윤리·투명성 중심의 강력한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미국·중국과 달리 회원국별로 시장이 분절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대규모 투자 유치가 힘들어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결과적으로 데이터센터, 반도체 등 AI 인프라는 물론, AI 인재의 기술력이나 교육, 현장 활용 능력 등까지 모든 부문에서 미국·중국보다 크게 뒤처졌다.
전문가들은 “유럽 기업의 직원들은 AI 도구에 대한 신뢰도나 기술 역량이 낮고, 교육·임금 격차도 커서 AI 활용도가 떨어진다. 과감한 혁신 부족과 규제 중심 시스템이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중요한 건 AI 투자와 혁신이 경제와 산업 성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국과 중국에선 금융·의료·미디어·마케팅·제조 등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단순 반복 업무를 중심으로 AI가 생산성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기업 및 국가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비디아, 오픈AI, 앤스로픽 등 AI 관련 기업들의 기업가치와 투자 유치는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BC)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격차는 2002년 15%에서 2023년 30%로 2배 확대했다.
앞으로 세 국가 간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미래 고용·소득 연구소의 짐 클라크는 “앞으로 AI 조기 채택과 산업 현장 도입이 국가 경제력의 핵심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ECB 총재이자 EU AI 혁신 보고서 저자인 마리오 드라기는 “유럽은 AI 혁신에서 뒤처지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 투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에 있던 인재와 자본마저 유출되고 있다. 그 결과 전체 AI 모델의 73%가 미국, 15%가 중국에서 나온다”며 “과감한 혁신과 인프라 투자 없이는 글로벌시장에서 점점 더 변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