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와 성직자 그려진 200년 된 콘돔 이색 전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04일, 오후 08:05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200년 된 콘돔이 네덜란드의 라익스미술관(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전시된다.


183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양 맹장 소재 콘돔이 이번주 네덜란드 레이크스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2025.6.3 (사진=레이크스미술관 제공 AFP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네덜란드 황금기 거장들의 작품으로 유명한 라익스미술관 역사상 처음으로 콘돔이 소장품으로 등장한다.

박물관은 이 콘돔이 1830년쯤 양의 맹장 부위로 제작됐고 프랑스 파리의 고급 사창가에서 기념품으로 배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약 20㎝ 길이인 콘돔엔 에칭 기법으로 에로틱한 세밀화가 그려져 있다. 그림에는 성직자 세 명과 수녀가 등장하는데 모두 성기를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라익스미술관 큐레이터인 조이스 젤렌은 “체형과 성기 모양이 제각각인 남성들 중 수녀가 손으로 누구를 가리키고 있는지 역시 의도적으로 불분명하게 그려졌다”며 “ 그림의 구성이 그리스 신화 속 ‘파리스의 심판’ 이야기를 암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리스의 심판에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 세 여신 중 가장 아름다운 이를 고르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성별을 반전시켜 그려낸 것으로 보인다.


젤렌은 “따라서 콘돔을 얻은 사람은 상당히 교양 있고 교육 수준이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자외선으로 분석한 결과, 이 콘돔이 실제로 사용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1830년대에 이것이 만들어졌을 당시엔 콘돔 사용은 여전히 금기시됐고 대부분 사창가나 이발소에서 몰래 판매되곤 했다”고 말했다.

183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양 맹장 소재 콘돔이 이번주 네덜란드 레이크스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2025.6.3 (사진=레이크스미술관 제공 AFP 연합뉴스)
박물관은 해당 작품에 대해 ”성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까지 알려진 복사본은 2점뿐“이라며 ”이 작품은 판화 기술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음을 보여주고 19세기 성과 매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콘돔은 지난해 11월 하를렘 경매에서 1000유로(약 156만원)에 낙찰됐다. 19세기 매춘과 성애를 주제로 한 전시회에서 11월 말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선 성매매와 성 건강 등을 주제로 한 네덜란드와 프랑스의 판화, 드로잉 작품 등도 선보인다.

한편 1839년 가황고무(고무에 황을 첨가해 탄성을 높인 소재)가 발명된 것을 계기로 콘돔이 널리 보급되기 이전엔 콘돔은 리넨, 동물의 막, 거북 등껍질 등으로 만들어졌다. 다만 매독 등 성병이나 임신을 예방하는 효과는 거의 없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