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엔비디아 손잡고 AI인프라 대확장…1.8조원 투자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후 07:08

키어 스타머(왼쪽) 영국 총리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테크 위크 행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영국 정부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손잡고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인프라 확장에 나선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9일(현지시간) 런던 테크위크 개막 연설에서 “AI 컴퓨팅파워를 20배로 확대하겠다”며 총 10억 파운드(1조 8371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참석해 “영국은 AI 산업에 최적의 ‘골디락스’ 환경”이라며 딥마인드, 웨이브, 신디시아, 일레븐랩스와 같은 놀라운 스타트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AI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다”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AI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클라우드 사업자인 엔스케일과 네덜란드 기반 AI 인프라기업인 네비어스는 각각 엔비디아의 블랙웰 GPU를 활용한 AI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비어스는 4000개의 블랙웰을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올해 말까지, 엔스케일은 2026년말까지 만 개의 블랙웰을 구축해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를 가동한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AI 전문 인재 양성 △산학연 공동연구 확대 △금융권 대상 AI 실험 환경 제공 등 다방면의 정책을 추진한다.

엔비디아는 브리스톨에 새로운 AI 기술 센터를 만들어 개발자들이 AI모델, 로봇공학 및 기타 기술을 개발하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BAE시스템스, BT, 스탠다드 차타드 등 국내 기업과 협력해 ‘영국 주권 AI 산업포럼’이라는 새로운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감독청(FCA)은 슈퍼차지드 샌드박스(Supercharged Sandbox)’라는 새로운 규제 환경을 도입해, 국내외 금융 기업들이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한 AI 모델을 실제 조건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는 AI 도입에 보수적인 금융권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이에 따라 영국 내 금융 서비스 기관들은 엔비디아의 고속 컴퓨팅 기술 및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AI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FCA는 이 프로그램이 AI 개발 초기에 있는 기업들을 위한 것이며, 이미 AI 개발을 마친 기업에게는 실시간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모든 공무원이 가을부터 AI교육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공무원 조직을 이끄는 크리스 워멀드 내각 비서관 및 최고공무원은 “공공서비스는 다가올 위험을 미리 계산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진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어떻게 진화하고 개혁해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이스라엘 스타트업 대출 전문기업 ‘리퀴디티’는 런던에 유럽 본사를 설립하고 향후 5년간 15억 파운드(약 2조 7556억원)를 영국 내 AI 기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미국과 중국에 비해 AI 기술 및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유럽이 본격적으로 반격에 나선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황 CEO는 “유럽 전역에서 수많은 AI 팩토리(데이터 센터)들이 계획되고 있다”며 유럽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기대를 드러냈다.

젠슨 황은 이날 런던을 시작으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비바 테크 GTC 파리 행사에서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 여러 유럽 지도자와 만날 예정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주권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엔비디아는 여러 국가와의 대규모 거래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메타와 같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