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음모론자' 美보건장관, CDC 백신 전문가 전원 해임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후 02:1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자문위원 전원을 해임했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 보건장관. (사진=AFP)
9일(현지시간) 케네디 주니어 장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 전원을 해임했으며, 이들을 대체할 새 위원회를 구성 중이라고 밝혔다.

케네디 장관은 “ACIP를 전면 개편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며 “ACIP는 영유아와 임산부에게 투여되는 백신 제품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감염병 전문의, 소아과 의사, 감염병 학자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ACIP는 CDC 국장에 백신 접종 관련 사항을 권고한다. 미 보험사들은 CDC의 권고를 기준으로 보험 적용 대상을 결정한다.

현 ACIP 위원들은 모두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 임명된 인사들이다. 이 위원회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회의를 열기로 되어 있었다.


케네디 장관의 결정은 최근 CDC가 케네디 장관의 백신 접종 대상 축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놓은 뒤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케네디 주니어 장관이 임산부와 건강한 어린이를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으나 CDC는 30일 건강한 어린이에 대한 백신 권장을 포함한 접종계획을 발표했다. 케네디 장관은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해온 백신 불신론자다.

케네디 장관의 결정에 보건의료계와 정치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티나 탄 미국 감염병학회 회장은 “전문가 전체를 일방적으로 해임하는 것은 무모하고 근시안적이며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번 조치는 과학이 아닌 음모론에 기반한 무모하고 성급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보건 당국은 최근 저위험군에는 사실상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제한했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만 65세 이상 성인과 고위험군을 제외한 건강한 미국인에 대한 코로나 19 백신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거친 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에선 생후 6개월 이상의 모든 미국 국민에게 매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