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유럽의 中공장’으로 부상…BYD·CATL 등 투자 러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0일, 오후 02: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헝가리가 유럽 내 중국 기업들의 ‘생산 허브’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중국 견제가 심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지난달 15일 빅토르 오르반(가운데) 헝가리 총리가 왕웨이중(왼쪽) 중국 광둥성 당 부서기 겸 성장, 왕촨푸 중국 비야디(BYD) 회장과 헝가리에 BYD 유럽센터 설립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와 미국 로듐그룹 싱크탱크의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對)EU 외국인 직접투자(FDI) 중 30% 이상, 31억유로(약 4조 8100억원)가 헝가리로 유입됐다. 이는 프랑스·독일·영국 이른바 ‘빅3’ 국가에 대한 투자액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이다.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제조업체인 비야디(BYD)가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 유럽 본사를 신설하고, 헝가리 남부 세게드에 첫 유럽 승용차 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국 대표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 역시 76억유로(약 11조 7800억원)를 들여 데브레첸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화유코발트, SEMCORP 등 80여개 중국 기업들이 헝가리에 진출해 대규모 공장 및 연구개발(R&D) 센터를 잇따라 설립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부품, 소재 생산을 확대 중이다.

헝가리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과 친중 외교 노선, 독일의 3분의 1 수준인 저렴한 인건비 등이 중국의 대규모 투자를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SCMP는 “중국 기업들은 EU 보호무역 강화와 관세 장벽을 피하기 위해 헝가리에 현지 생산거점 및 교두보를 구축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헝가리는 중국 기업들의 ‘핫스팟’으로 떠올랐다”고 짚었다.

헝가리 역시 중국 투자를 반기는 분위기다. 중국 자본이 대규모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중국과의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헝가리 경제 도약의 핵심 엔진은 중국 투자”라며 “헝가리 산업이 전기차 시대로 진입하려면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헝가리 정부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세금 감면·직접 보조금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실례로 CATL은 8억유로, EVE에너지는 3700만유로의 보조금을 받았다.

하지만 헝가리 정부의 친중 노선은 EU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불공정 경쟁’ 의혹을 들어 BYD 등 주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조사와 17%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모든 사람이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헝가리 내부에선 중국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보수 야당은 “중국·러시아 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경제 주권이 약화한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 결과 상하이 푸단대학의 부다페스트 캠퍼스 건립 등 일부 중국 프로젝트는 현지인들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다.

그럼에도 맥킨지는 “중국 투자 자본의 해외 시장 유입은 되돌릴 수 없는 추세”라며 향후 몇 년 동안 더 많은 중국 기업들이 헝가리에 진출해 대형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유럽연합상공회의소(CCCEU)의 팡둥쿠이 사무총장은 “중국 기업들은 이제 헝가리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며 “산업 선도 기업들이 이미 헝가리에 진출한 만큼, 다음 성장 단계는 다른 중국 기업들이 공급망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