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현지시간) “중국의 드론 부품 공급업체들은 수출 규제 및 단속 강화에 따라 부품 가격을 최대 두 배까지 인상했다”며 “중국산 부품을 대체할 공급처가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해외 바이어들은 높은 비용과 법적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중국 현지 공급업체들도 “수출 통제 회피 위험 부담이 너무 커져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은 전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의 70~80%를 생산하고 있다다. 모터·배터리·비행제어장치 등 핵심 부품 시장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23년 9월부터 고성능 드론과 일부 부품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임시 통제 조치 일부를 해제하는 대신, 적외선 카메라·레이더·통신장비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수출업자가 군사적 목적이나 대량살상무기 확산 가능성을 인지할 경우엔 민간용 드론이라도 수출을 금지했다.
그동안 규정은 있었지만 민간용 드론의 경우 실제 집행이나 단속은 다소 느슨한 편이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통관·허가 절차 등 실질적인 통제를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기술 제재에 대한 맞불 성격도 강하다고 진단했다.
저장성의 경우 드론 모터·센서·카메라·열영상 장비 등 주요 부품의 수출에 대해 엄격한 라이선스와 심사를 요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 바이어들은 기존보다 두 배 가까운 가격을 지불해야 부품을 확보할 수 있다.
업계에서도 증언이 잇따른다. 지난달 중국 선전 무인항공기 박람회에 참석한 튀르키예, 프랑스 등의 바이어들은 “4월 항공 운송비가 2000달러였는데, 지금은 3500달러까지 올랐다”며 “중국산 부품 없이는 생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프랑스 군사용 드론 제조업체 관계자는 “유럽산 부품은 기술력에서 중국보다 3년 이상 뒤처져 있고, 베트남 등 대체 공급처도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란 업체 관계자는 “엄격해진 세관 심사로 이란 고객들에게 소방용 드론을 공급하려던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재는 농업용 드론만 수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중국의 이같은 수출 규제 및 단속 강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중국산 드론과 부품이 군사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선 중국산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드론 가격이 폭등하고 있으며, 우회 수입·밀수 등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합법적으로 수출된 드론도 얼마든지 전장에 투입될 수 있다. 채소용 부엌칼과 같다. 어떤 용도로 쓸 것인지는 구매자가 결정한다”고 짚었다.
미국·유럽·한국 등 주요국 정부와 업계는 드론 부품 국산화와 공급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단기간 내 중국 의존도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의 경우 국방부가 ‘블루리스트’ 등 자체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으나, 중국산 부품을 완전히 배제하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드론 부품 수출 통제는 단순한 무역 규제를 넘어, 글로벌 방산·상업용 드론 시장 전체의 공급망 재편을 촉진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각국의 기술 자립과 부품 국산화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