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진과 대화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사진=로이터)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런던에서 이틀간 진행한 2차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지난달 스위스 제네바 1차 회담에서의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틀)를 도출하는 데 합의했다. 이 프레임워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승인하면 시행될 예정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중국과 고위급 무역협상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제네바 합의를 이행할 프레임워크를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또 이번 프레임워크가 제네바 합의에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한 것”이라며 “이로 인해 중국의 핵심 광물·희토류 수출 통제 와 최근 도입된 미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가 해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 대표 중 한 명인 리청강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장관급) 겸 부부장도 취재진에 “미중 양국 대표단이 이틀간의 회담 끝에 지난 5일 양국 정상 간의 전화 통화와 제네바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위한 프레임워크에 도달했다”고 전했다. 앞서 백악관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확대할 경우 반도체 수출 통제 완화를 시사했으며, 시장에서는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투기·잠수함 재료 사마륨 등 핵심 품목 재개 여부 관건
윌리엄 베인 영국 상공회의소 무역 정책 담당자는 미중 무역 협상 첫날 일부 진전이 있었으나 희토류 정책에서 추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베인은 이날 CNBC의 ‘유럽 얼리 에디션’에 출연해 “지난 주말 로봇 공학 및 전기 자동차와 관련된 부문에서 면허가 부여되면서 약간의 완화를 보았지만, 자석에 들어가는 사마륨과 같은 중요한 광물이 미국의 F-35 전투기 제작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핵심 품목의 차단을 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국가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우려가 제기되자 이날 오후 일부 유럽 방산 대기업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독일 탱크 변속기 제조업체 렌크의 주가는 8% 가까이 급락했고, 스웨덴의 사브와 독일 라인메탈도 각각 5%, 2.5% 빠졌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일 EU 기업을 대상으로 자격 요건이 충족된 신청에 대해서는 전용 심사(그린채널)를 통해 희토류 수출을 신속히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업체의 공급업체에도 수출 면허를 일부 부여했다. 중국은 지난달 스위스에서 미국과 무역휴전을 합의한 후 28개 기업들 대상으로 한 수출 제한 조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지만, 7종의 핵심 희토류는 여전히 미국 수출 금지 대상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싱크 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라셀린 바스카란 핵심광물 안보 프로그램 책임자는 “방위 산업계가 희토류 부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이미 비공식적으로는 그러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EU, 호주 등 서방은 희토류 생산을 늘리기 위해 공급과 수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에선 생산 세액 공제, 보조금 도입하고, 수요 측면에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와 유사하게 동맹국으로부터 희토류 우선 조달 인센티브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헨리 샌더슨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부연구위원은 희토류 부족의 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방위 산업은 자동차 산업만큼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짚었다.
그는 “방위 산업은 그만큼 투명하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확실히 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특히 사마륨 코발트 자석을 사용하고 있다”며 “서방의 자석 생산량은 너무 적어 국방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G7 국기(사진=게티이미지)
한편 주요 7개국(G7)이 이달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로드맵을 연내 수립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11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입수한 핵심광물 분야 합의문 초안에 따르면 G7은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가와 경제 안보에서 공통된 이익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중국 의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요 광물 조달 기준에 기반한 새로운 시장 형성 로드맵을 수립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미국과 유럽, 일본이 공동 기준을 마련하고, 각국 정부가 이를 충족한 채굴업체나 투자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우선 지급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조달 기준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조달처의 투명성과 신뢰성 등 ‘비가격 기준’을 고려하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유럽 외교 소식통은 로드맵이 이 같은 원칙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국제기구·광물채굴국·민간기업과 협의 △세부적인 조달 기준 수립 △기업 등에 대한 가이드 라인 수립 등 과제에 시한을 설정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가이드 라인에는 ‘조달 기준을 충족하지 않는 특정 국가로부터 일정 비율 이상을 수입하지 않는다’는 목표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G7은 회원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도 동참을 촉구할 방침이다.
요미우리신문은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의 결속이 흔들리는 가운데 각국이 공급망 안정화를 우선순위로 보고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