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으로 물든 클럽…50명 숨진 美 최악의 총기 참사[그해 오늘]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05:13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2016년 6월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나이트클럽 ‘펄스’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해 50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다쳤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테러를 벌인 범인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오마르 마틴(30)이다. 사설 경비업체 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마틴은 전과는 없으며 교정국 수습 직원으로 일한 경력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정폭력으로 이혼한 뒤 팔레스타인계 아랍인과 재혼해 3살 난 아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오마르 마틴 SNS 갈무리)
마틴은 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동조자로 의심되는 수백 명 중 하나로 2013년과 2014년에 FBI의 조사를 받긴 했으나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특별한 범죄기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사건 초반에는 IS의 영향을 받은 테러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으나 이후 마틴이 평소 동성애 혐오(호모포비아) 발언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성소수자 증오범죄임이 밝혀졌다.

‘펄스’는 올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이(동성애자)바다. 사건 당시 주말을 맞아 클럽 안은 100명이 넘는 남녀들로 붐비고 있었다.

범행 전 마틴은 소총과 권총, 폭발물로 무장했다. 그는 경찰이 지키고 선 정문이 아닌 감시가 허술한 쪽으로 입장했다.

당시 클럽은 커다란 음악 소리로 가득차 있었고, 총소리가 시작됐을 때에 일부 인파는 “효과음인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비명과 피 흘리는 사람들을 본 목격자들이 탈출하기 시작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뒤늦게 총기 난사 사태를 파악한 올랜도 경찰이 총격을 가했고 마틴은 함께 총을 쏘며 사람들을 인질로 붙잡았다. 3시간가량 경찰과 대치하던 마틴은 총격전 끝에 사살됐다. 다행히 마틴의 몸에 있던 폭탄은 해체됐다.

올랜도 경찰에 따르면 마틴이 범행에 사용한 글록 17 권총을 범행 일주일 전 합법적으로 구매했으며 돌격소총 시그 소어 MCX 는 그보다 하루 전에 구매했다. 또 그가 클럽 밖에 세워 놓은 차 안에서도 38구경 총 한 자루가 발견됐다.

마틴에게 물질적 지원을 하고 그의 범행에 관해 연방수사국(FBI)에 거짓 진술한 혐의(사법방해)로 기소된 아내 누르 살만은 2017년 1월부터 구금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2018년 3월 살만은 무죄평결을 받았다. 검찰은 “살만은 마틴이 AR-15 소총에 장전하기 위해 탄약을 구입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남편과 함께 디즈니월드 쇼핑센터 등지로 테러 장소를 물색하려 다녔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 과정에서는 마틴의 아버지 세디크 마틴이 FBI의 비밀정보원으로 활동해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국이 마틴의 테러를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사건은 2017년 10월 총 58명의 목숨을 앗아간 라스베이거스 총격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미국 내 역대 최악의 총기 참사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