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 급등…美, 이라크 대사관 철수준비에 중동 긴장↑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05:24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이 중동 내 안보 우려로 이라크 주재 대사관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국제 유가가 11일(현지시간) 4% 넘게 오르며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8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90달러(4.34%) 오른 69.77달러에 마감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도 3.17달러(4.88%) 급등한 68.15달러를 기록했다. 두 유종 모두 지난 4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이라크 대사관 철수를 준비 중이며, 바레인 주둔 미군 가족들의 철수 가능성도 거론됐다고 보도했고, 이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웠다. 필 플린 프라이스퓨처스 그룹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예상치 못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졌다”며 “투자자들이 급히 원유 선물 매수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이 조만간 열릴 예정인 가운데 이란은 협상이 틀어지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 중동 내 모든 미군기지를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란의 아지즈 나시르자데 국방장관은 이날 테헤란에서 “핵협상이 결렬되고 미국과 충돌이 발생할 경우, 역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개된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합의에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할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줄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로 인해 이란산 원유 공급은 당분간 제재로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7월부터 하루 41만1000배럴 규모로 증산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4개월 연속 감산 완화 조치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회원국의 자체 수요 증가가 추가 공급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하마드 후세인 애널리스트는 “OPEC+ 내부 수요 증가가 유가를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미국과 중국 간 무역 합의 소식도 에너지 수요 기대감을 키우며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희토류와 자석을 미국에 공급하고, 미국은 중국 유학생의 대학 입학을 허용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며, 이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타마스 바르가 PVM 애널리스트는 “무역 관련 불확실성이 일시적으로 해소됐지만, 실질적인 경제 성장과 원유 수요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