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렐리 사진(사진=연합뉴스)
세계적인 부품업체들이 ‘메가화’ 흐름에 편승해 덩치를 키우는 가운데 마렐리도 글로벌 1위를 노렸지만, 구조조정과 설비 감축이 지연되며 팬데믹 직격탄까지 맞아 2022년 첫 번째 파산을 경험했다.
구조조정이나 과잉 설비 해소 등 대응이 늦은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도 겹치며 자금 사정이 급속히 악화한 탓이다.
특히 마렐리는 주력 고객인 닛산과 유럽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의존도가 높았다. 주요 제품인 조명 시스템을 비롯해 운전석 주변의 ‘콕핏 모듈’ 등을 닛산 공장 내에 설치한 자체 라인을 통해 공급하고 있었으나 닛산의 판매 부진과 스텔란티스의 실적 악화가 겹치며 수익성이 급락했다.
이번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혼선이 지속됐다. 미국계 펀드인 스트래티지크 밸류 파트너스(SVP)를 중심으로 한 외국계 금융사 4곳과 미즈호은행, 국제협력은행(JBIC) 등 일본계 금융권 간의 대립이 이어졌다.
마렐리는 지난달 하순 채권자 회의에서 인도 마더선 그룹에 의한 인수 방안을 골자로 한 정리안을 제시했고, 일본 측은 지지했으나 외국계 금융사 연합이 반대했다. 결국 지난 9일 기한까지 채권자 만장일치를 이루지 못해 미국 파산법 11조(챕터 11) 적용을 통한 법정관리 절차로 들어서게 됐다.
외국계 금융사 측은 협상 끝에 긴급 자금 11억 달러 투입 등을 조건으로 타협을 이루며 가까스로 파국을 막았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마렐리의 거래처는 일본 국내에만 2942개사에 달한다. 닛산의 부진과 마렐리의 파산은 일본 자동차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으며, 향후 부품업계 재편을 촉진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도쿄상공리서치 정보본부에서 마렐리의 동향에 정통한 고토 켄지는 닛케이에 “마렐리 재건을 위한 SVP 측의 정보가 부족하다. 대규모 구조조정 등을 우려해 거래 지속 여부에 고민하는 기업이 나올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마렐리의 재건 방향을 구체화할 수 있을지가 핵심 과제라고 닛케이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