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외국 정부에 '이·팔 두 국가 해법' 논의 UN 회의 보이콧 압박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10:37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미국이 외국 정부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하는 국제연합(UN) 회의에 참석하지 말 것을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은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두 국가 해법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4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회원국이 가자지구 휴전안을 두고 회의하고 있다. (사진=AFP)
로이터통신은 미 국무부가 11일(현지시간) ‘이번 유엔 회의는 현재 진행 중인 가자지구 전쟁 종식 및 인질 석방을 위한 긴급한 외교적 노력에 방해가 되므로 각국 정부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전문을 외국 정부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세계 각국에 오는 17일부터 미 뉴욕에서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공동 주최하는 유엔 회의를 보이콧 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번 회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을 본격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열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영토 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공식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이번 회의 이후 이스라엘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는 국가는 미국 외교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해 외교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추상적인 팔레스타인 국가를 일방적으로 인정하는 어떠한 조치에도 반대한다”며 “이는 분쟁 해결에 심각한 법적·정치적 장애를 초래할 뿐 아니라 전쟁 중인 이스라엘에 대한 강요로 이어져 결국 적대 세력을 돕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회의가 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 제재, 기타 처벌적 조치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점에 대해서도 미국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유엔 회의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따른 보상을 주는 것과 다름 없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2년부터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입장을 바꿨다.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는 미국이 더 이상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는다고 전날 밝혔다.

최근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하면서 전날 영국과 캐나다 등 5개국은 극우 성향 이스라엘 장관 2명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등 국제사회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어리석은 종류의 협박”이라며 “많은 나라가 회의 참석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은 지난 4일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휴전과 인도적 지원을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안에 반대해 채택을 무산시켰다.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이 결의안에 찬성했으나,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은 채택이 무산됐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결의안에도 반대해 부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