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방송을 비롯한 미국 주요 언론들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시위 현장에 4000명의 주방위군과 700명의 해병대 투입을 강행한 것에 대해 “단순한 치안 대응이 아니라, 계엄령 수준의 비상권력 행사를 위해 명분을 쌓으려는 정치적 전략”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LA 시위의 무질서를 과장해 다른 도시에서도 언제든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외부의 적’ 침공 프레임 반복…軍동원 명분 쌓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포트 브래그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LA 시위에 대해 “평화와 질서, 주권에 대한 전면 공격”이라며 마치 반란이 일어난 것처럼 묘사했다. 그는 “폭력과 무질서를 진압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할 것”이라며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의 요청이 없어도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주방위군과 미 해병대를 파견하지 않았다면 LA는 불타고 있을 것”이라며 “미국 도시가 외부의 적에게 침공당하고 있다. LA를 해방시킬 것”이라고 반복적으로 주장했다. 군 병력 투입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지 경찰 및 당국은 “군대 투입이 필요할 정도로 시위가 격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CNN은 “실제로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를 과장해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 프레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군사력 동원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군 병력 동원은 캘리포니아주 주정부의 동의 없이 이뤄졌다. 1965년 이후 60년 만에 대통령이 주지사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한 초유의 사례다.
이에 뉴섬 주지사는 “도시를 군사화하고 공화국의 토대를 위협하는 폭거”라며 연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을 제소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눈앞에서 공격받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삼권분립 등 미국 건국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강력 비난했다.
LA 시민들과 군 출신 인사들조차 “여기(LA)는 전쟁터가 아니다” “시위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방식”이라며 반발했고, 캘리포니아주 주정부와 민주당 인사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군사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생일·軍퍼레이드 열리는 14일 분수령
주목할만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주지사 동의 없이 군 병력을 투입했을뿐 아니라 다른 도시에서도 LA와 유사한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라고 시사했다는 것이다. 실제 백악관은 “다른 도시에서 폭동이 발생하면 추가 병력 투입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미국 제2의 도시에서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전국 어디서든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A 군 동원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 내 민주주의와 권력 분립의 근간이 흔들리고, 미국 사회의 갈등과 분열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는 14일 워싱턴DC에서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기도 한 이날 미 전역에서는 대규모 반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일 시위 발생시 “엄중한 무력(heavy force)에 직면할 것”이라며 강경 진압을 경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력 동원을 통해 ‘강한 리더십’ 이미지를 부각하며, 지지층 결집과 정치적 이득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 진압을 빌미로 권한을 확장하고, 민주주의적 규범을 훼손하고 있다. 권력 남용이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나쁜 선례”라며 “정치적 목적과 권력 강화를 위해 분쟁을 조장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