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황제' 다이먼 “미국 경제 곧 악화할 수 있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11:2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미국 경제가 곧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이민 정책, 신용시장 위험 등 다양한 변수와 관련해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1일(현지시간) CNBC, CNN방송 등에 따르면 다이먼 회장은 전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모건스탠리 미국 금융 콘퍼런스에서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양호해 보이지만, 실제 수치가 머지않아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어 연착륙 신호도 미약해질 수 있다며 “고용은 조금 줄고 인플레이션은 약간 오를 것인데, 그 변화가 크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회장은 “소비자 심리나 기업 신뢰도 등 설문조사 지표는 경기 변곡점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다”며 “진짜 중요한 것은 고용과 인플레이션 등 실물 데이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심리적 영향 외에 실질적 변화가 없지만, 7~10월 사이에 관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관세 정책 등에 따른 충격이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시장 예상보다 더 둔화했다.

다이먼 회장은 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미 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과 완화적 통화정책 효과가 점차 사라지면서, 미 경제가 경기 하강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민 감소 역시 노동시장과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많은 요인들이 경제를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나 이민 정책이 아직 월별 물가상승률이나 일자리 보고서와 같은 데이터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변화가 가시화한다면 경기 하강 신호이기 때문에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이먼 회장은 최근 월가에서 급성장 중인 ‘프라이빗 신용시장’(private credit)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를 내놨다. 그는 “은행은 대출을 성사시킨 뒤 자산을 넘기지만,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위험에 노출된다”며 “지금과 같은 가격과 스프레드에서는 신용 투자를 권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 무디스 애널리틱스 등도 프라이빗 신용시장이 경기 침체시 위험의 진원지(locus of contagion)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이먼 회장은 “나는 비관적인 것이 아니다. 무역·경제·지정학 등 복합적으로 움직이는 판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며 “과거 침체를 겪지 않은 투자자들은 신용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관세가 경제를 뒤흔들 수 있지만, 미 경제 전체가 ‘침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짜 걱정해야 할 것은 글로벌 군사 동맹이나 경제 동맹 등과 같은 미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큰 변수들”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