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삼의 유령’ 하다드, 신와르 이어 하마스 가자 지도자로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2일, 오전 11:42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 자리를 하마스 북부 여단 사령관 이즈 앗딘 하다드가 넘겨 받았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는 지난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참여했으며, 하마스 대원을 모집하고 가자지구에 억류된 이스라엘 인질들을 관리하는 일을 해왔다고 WSJ는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대원들,(사진=AFP)
그동안 하마스의 가자 지도부는 신와르 형제가 이끌었다. 이스라엘군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 공격을 주도한 야히야 신와르를 지난해 10월 제거한 데 이어 형을 이어 가자지구 지도자 역할을 하던 동생 무함마드 신와르까지 지난달 사살했다.

하다드는 올해 55세로, 외부로 드러난 정보가 많지 않아 ‘알카삼의 유령’으로 불린다. 그는 수차례 이스라엘의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으며, 올해 두 아들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말 무함마드 신와르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면서 하다드와 국외에 망명 중인 또 다른 하마스 지도부인 칼릴 알하이야 등에게 “당신들이 (신와르) 다음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하다드에 75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있다.

하다드는 하마스 군사조직인 알카삼 여단 대원으로 두각을 드러내며 하마스 북부 여단 사령관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또한 야히야 신와르가 한때 이끌었던 하마스 내부 보안조직인 마즈드에서도 근무했다. 마즈드는 이스라엘 협력자와 첩자들을 색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해 7월 하마스 정치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이스라엘군에 의해 암상 당하는 등 하마스 수뇌부가 여럿 제거되고 하마스의 영향력도 약화됐으나 하마스는 여전히 가자지구 내 가장 지배적인 무장세력이라고 WSJ는 짚었다. WSJ는 “지도자가 살해될 때마다 하마스가 신속하게 후임을 내세울 수 있다는 사실은 이 조직이 얼마나 끈질긴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밝힌 하마스 완전 제거가 얼마나 어려운 목표인지를 말해준다”고 짚었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하마스는 가자 전쟁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지만 여전히 그들은 가자를 장악한 지배적인 세력”이라고 말했다.

WSJ는 아랍 정보 당국자와 하마스 관계자 등을 인용해 하다드가 신와르 형제 보다 보다 실용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초 하다드는 무함마드 신와르에게 이스라엘 포로와 팔레스타인 수감자 맞교환 등 휴전안 수용을 강조했고 그 결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가 체결됐다고 WSJ는 전했다. 강경한 신와르 형제와 달리 하다드는 하마스 열세 등을 인식해 휴전 연장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철군 및 종전 없이 인질 전원 석방에 반대한다는 점은 기존 하마스 지도부와 동일하다고 WSJ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