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케임브리지대서 김옥균 한글 편지 발견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4일, 오후 05:36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갑신정변의 주역 김옥균(1851~1894)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편지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도서관에서 발견됐다. 정치적 격동기였던 1880년대 조선의 외교 정세와 독립 의지를 담은 희귀 사료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4일(현지시간) 학계에 따르면 한국·일본 자료를 담당하는 오지연(영국명 지연 우드)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사서는 소장 아카이브에서 김옥균이 해리 파크스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한글 편지를 확인했다. 해리 파크스는 주일 및 주중 영국 공사를 역임하며 동아시아 외교를 주도한 인물이다.

편지에는 ‘개국사백구십삼년 삼월념일’이라고 적혀 있는데 1884년 4월 15일에 쓴 것으로 추정된다. 편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신이 조선 오실 때 나는 일본에 있어 뵙지 못하고 섭하오. 당신이 조선 공사 하신 일은 조선을 위하여 경사롭소. 당신 생각은 어떠하신지 모르오나 나는 일본에 여러 번 와서 일본 사정을 대강 알거니와 일본이 전습을 개혁하고 나라 모양이 되기는 당신 공이 십분의 팔 분인 줄 내가 잘 알았소. 조선 일은 당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선은 십분의 십 분을 다 생각지 아니시면 어렵소. 내가 간사한 말 아니 하는 줄 응당 아실 듯하오. 아수돈씨한테 자세히 들으십시오.”

김옥균이 파크스에게 조선의 개혁 의지와 일본 체험에 대한 견해를 전하며 조선 문제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는 내용이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의 해리 파크스 아카이브에 1세기 이상 보관돼온 이 서한은 한글로 쓰였다. 문장 옆에는 영어로 번역된 흔적도 남아 있다.

‘아수돈 씨’는 초대 주한 영국 총영사를 지낸 윌리엄 애스턴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1884년 4월 이뤄진 조영수호통상조약 비준을 앞두고 이를 당부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청나라 연호가 아니라 개국년도로 날짜를 기록해 독립 의지도 엿보인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 측은 “한글로 작성된 김옥균의 편지는 매우 드물며 조선 후기 외교와 정치 상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며 “한국 컬렉션의 깊이를 더하는 발견”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