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위험할 만큼 독재국가 모습에 가까워져"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19일, 오후 05:25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이 위험할 만큼 독재 국가의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18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전날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열린 ‘버락 오바마와의 저녁’ 행사에서 최근 들어 민주주의의 위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이는 독재 정권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미국 상황을 들어 그를 에둘러 비판했다. 전직 대통령들은 후임자들을 비판하지 않고 일상적인 논쟁에서 휘말리지 않는 것이 미 정치권의 관례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상황은 미국 민주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르반이 이끄는 헝가리 등 권위주의 국가들과 유사하다”며 “아직 완전히 그 지점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행동이 정상화되는 데 매우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공화당원들이 2020년 대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한 데 대해 “우리의 주요 정당 중 한 곳엔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사실인 척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연방 정부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을 꾸준히 들어보면, 적어도 2차 세계 대전 이후 자유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약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외부의 시민 사회, 다양한 기관 뿐 아니라 양당과 정부 내에서도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기관, 로펌, 대학, 양당 의원, 심지어 법무부 인사들까지 불편한 희생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 굴복하지 않은) 로펌들은 매출 감소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법무부에 대해선 “대통령의 위협에 맞서 헌법을 수호하는 방화벽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미 곳곳에서 확산하는 ‘노 킹스(미국에 왕은 없다)’ 시위와 관련해선 “불의와 잔혹함에 참지 말아야 한다. 지금 미국 안팎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건전한 분노를 표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은 민주당이 이러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할 권위 있는 목소리를 간절히 원하는 시점에 이뤄졌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리더십 공백 속에서 야당 역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을 자제하고 발언 수위를 조절한 것을 두고 CNN은 “그가 너무 개입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유는 차세대 민주당 지도자들이 자기 주장을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