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1만명이 “배신당해” 호소…“남자 공포증에 선택했다”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3일, 오후 10:10

[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학령 인구 감소 여파로 일본 최대 규모의 여자대학인 일본 호고현의 무코가와 여대가 남녀공학으로 전환한다는 결정을 내리자 일부 재학생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무코가와 여대 홈페이지)
23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효고현에 있는 무코가와여대는 지난 17일 “2027년부터 학교를 공학으로 전환한다. 교명은 무코가와대학으로 변경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 환경을 여성에게만 국한하지 않고 성별, 연령에 관계없이 폭넓게 개방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젠더와 다양성에 대한 교육은 남성에게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매체는 “학령 인구 감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학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공학 전환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학교는 21개 학과, 제적생 1만여명의 일본 최대 규모 여대다.

학생 충원율은 95% 수준으로 당장 경영에는 문제가 없지만, 초고령사회 일본의 학생 인구 감소 현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지기에 학교 규모 유지를 위해 선제적으로 공학 전환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본 당국에 따르면 대학 입학시험에 응시하는 연령인 18세 인구는 1990년대엔 한해 200만명을 넘기도 했으나 올해는 109만명이다. 2050년 대학 입학자는 43만명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상황에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측은 ‘공학화 중단 및 연기’를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을 실시해 4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서명에서 재학생들은 ”여자대학이라는 점을 전제로 진학을 결정한 학생들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안심할 수 있는 배움터를 만들어달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재학생은 ”일본 최대 여대이기에 공학화나 폐교는 없을 거라고 안심했었다“고 했고, 다른 재학생은 ”과거 남성으로부터 심한 피해를 입어서 여대만이 선택지였다, 여대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 서명은 오는 7월 17일까지 진행되며, 7월 20일에 학교 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무코가와여대 측은 오는 7월 28일 열리는 이사회에서공학 전환 방침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학령 인구 감소 속 일본 여대들의 공학 전환은 계속 진행 중이다. 앞서 3월엔 일본 교토부의 교토코카여대가 2026학년도부터 공학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일본 4년제 여대 수는 1990년대 후반 100여곳이었지만 2020년대 들어 70여곳으로 줄었다.

한편 숙명여대, 성신여대, 동덕여대 등 한국의 주요 여대에서도 남녀공학 전환 논의가 있었으나 학교측과 재학생간 갈등이 빚어지며 무산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동덕여대는 지난해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하려다 재학생의 본관 점거와 수업 거부 등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었다. 성신여대, 덕성여대 등도 남녀공학 전환을 검토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숙명여대는 지난 2015년 일반대학원에 남학생을 받기로 추진했다가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