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무비자 확대하는 中, 관광객 모시기에 나선 하이난 가보니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30일, 오후 02:09

[하이커우·싼야(중국)=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하이난 관광객들은 다양한 수량과 가격, 종류의 제품을 쇼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3대 세금인 소비세·관세·부가가치세가 면제되죠. 모든 제품은 브랜드 원산지에서 직접 공급되기 때문에 진품 여부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요.”(위에지아후이 싼야 국제면세쇼핑센터 매니저)

중국 하이난성 싼야 관광지에서 요트와 헬기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징즈)


바다·산림 등 천혜의 환경을 갖춘 중국 하이난성이 내·외국인 면세 혜택과 다양한 레저·스포츠, 헬스케어 등을 통해 유명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적극적인 무비자 정책 등 외국인 관광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내수 진작 역할도 맡았다.

특히 올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약한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의 1단계가 마무리되는 해이기도 하다. 불확실한 중국 대내외 경제 환경 속 하이난이 국제적 무역·투자가 몰리는 자유무역항과 대표 관광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산과 바다 다 즐긴다, 면세 쇼핑은 ‘덤’

지난 25일 찾은 하이난 싼야의 국제면세쇼핑센터는 평일 오후 시간대에 물건을 사려는 고객들로 북적거리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해외뿐 아니라 내국인 관광객에게도 면세 혜택을 주는 이도면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게 특징이다.

2014년부터 개장한 센터는 옷·가방·신발 등을 판매하는 A구역, 보석·시계매장이 들어선 B구역, 화장품·향수 분야 C구역으로 구분됐다. 2014년 당시 운영 면적은 1만㎡였으나 현재 20만㎡로 20배 확장했다.

하이난의 면세 쇼핑은 자유무역항 정책의 핵심이다. 2020년 하이난 자유무역항 개발 계획 발표 후 종합보세·면세구역을 설정해 관련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위에 매니저는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서 소비가 감소한단 얘기가 나오나 이곳은 판매량이 매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 여행 성수기인 여름휴가가 시작하면서 매장 내 유동 인구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의 국제면세쇼핑센터에서 고객들이 쇼핑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면세 쇼핑만으로 관광객을 유도하는 것은 아니다. 하이난의 해변은 동남아 휴양지와 비슷한 환경을 갖췄고 다양한 레저·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싼야는 중국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싼야에서 가장 규모가 큰 타허 스카이다이빙 클럽을 찾으니 이색 레저를 체험하려는 젊은 고객들이 가득찼다.

고객들은 매장에서 안전 교육을 받은 후 장비를 착용하고, 숙련된 강사들과 함께 헬리콥터에 올라탄다. 상공에서 뛰어내리며 열대 해변의 바다와 하늘을 동시에 조망하는 것이 이곳의 장점이다.

장은밍 클럽 대표는 “도우인(틱톡의 중국명)에서 우리 콘텐츠 누적 조회수만 13억건에 달한다”면서 “중국 내 연간 방문객수 1위 스카이다이빙 기지로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과 안전성을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1400여척에 이르는 요트가 누비는 것도 싼야의 매력이다. 지난해 이곳에서만 90만명의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12만7900회의 요트 항해가 이뤄졌다. 요트와 함께 심해 다이빙 같은 체험 코스를 연계하는 등 아시아·태평양의 ‘요트 수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싼야 중심부에선 두바이·바하만에 이어 세 번째로 들어선 7성급 호텔 리조트인 아틀란티스 싼야를 볼 수 있다.

1300여개의 객실과 1만7500t 바닷물을 사용한 아쿠아리움과 워터파크, 중식부터 전세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각종 레스토랑, 부티크 매장 및 공연장까지 리조트 안에서만 음식·엔터테인먼트·쇼핑을 모두 즐길 수 있도록 조성했다.

중국 하이난성 바오팅의 리족·묘적 전통문화 마을에서 현지 주민들이 공연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하이난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열대우림 생태자원을 갖춘 관광지 바오팅이 있다. 이곳엔 국가 AAAA급 문화 경관 지역으로 지정된 션위다오 리조트와 소수 민족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리족·묘족 전통문화 마을 등이 자리했다.

옥(玉) 문화 콘셉트의 션위다오는 150개의 객실과 건강 치유 센터 등을 갖춰 연간 약 2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전통문화 마을은 문화와 관광이 융합된 체험 공간을 조성해 지난해 95만여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판원진 바오팅 리족·먀오족자치현 관광문화국 부국장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싼야의 배후지인 바오팅은 싼야 경제권에 편입돼 산과 바다의 연계, 녹지와 해양 상호 보완을 통해 공동 발전을 꾀하고 있고 관광지 품질 향상도 추진 중”이라면서 “또 다른 AAAA 관광지인 칠선령을 일대를 성급 관광휴양지로 조성하는 것이 다음 주요 과제”라고 전했다.

◇작년 관광객 1억명 육박, 지출만 38조원대

하이난은 시 주석이 2018년 자유무역항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며 관심이 모인 곳이다. 이후 2020년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은 2025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촉진에 중점을 둔 자유무역항 체제를 구축하고 2035년 성숙한 자유무역항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홍콩·동남아와 인접한 하이난은 자유무역항 건설을 통해 외국 자본 투자를 늘리고 관광·소비를 활성화해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서비스 경제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외국 기업과 관광객을 유도하겠다는 것은 최근 중국 당국이 추진 중인 내수 활성화 정책과도 맞닿았다. 미국과 관세 전쟁, 세계 경제 침체 등 대외환경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 내수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중국은 2023년말부터 유럽을 시작으로 해외 국가 대상 무비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총 55개국에 비자 면제를 적용했고 이는 외국인이 중국을 방문하는 인바운드 관광 확대 효과를 내고 있다.

중국 하이난성의 성도인 하이커우 일대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대표 휴양지인 하이난 역시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하이난성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난을 찾은 관광객은 약 9720만명으로 전년대비 8% 증가했고 관광객 총지출은 12.5% 늘어난 2040억위안(약 38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인바운드 관광객은 같은 기간 115.6% 급증한 111만명이다. 지난해 하이난에서 31개의 신규 항공 노선을 추가하고 명승지와 리조트 등 63개의 관광 상품을 출시해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싼야 관광개발국 관계자는 “해안 휴양, 의학 건강 관리, 자연 치유, 스포츠 등 다양한 관광 형태는 세계 관광 시장에서 싼야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지속 향상시킬 것”이라며 “인바운드 관광 서비스 편의성을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를 시행해 결제, 의사소통, 도시 여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하이난성 싼야시의 아틀란티스 싼야 리조트에서 바라본 싼야시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