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오토바이 부대' 돌격…드론·미사일 537기 폭격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29일, 오후 06:12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론(무인기) 공격을 회피하고 빠른 기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오토바이 부대’의 활용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쿠르스크 주 수즈하 구역의 카자치야 로크냐 마을에서 러시아 군인이 파괴된 건물 사이를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사진=AFP)


29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보고서에서 러시아군 오토바이 부대는 지난해 중반부터 존재가 포착됐지만,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본격적으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러시아군 오토바이부대는 평야 지형을 활용해 우크라이나군이 설치한 장애물을 우회하며, 보병 수송은 물론 기만 작전이나 정찰 활동에도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ISW는 “러시아군의 오토바이 부대 전술은 향후 타국과의 전쟁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전술은 상당한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17일 우크라이나 동부 포크로우스크 지역에서는 약 100대 규모의 오토바이 부대가 공격을 감행했으나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저지당했다.

러시아 오토바이 부대의 공격은 자폭을 전제로 한 현대판 만주식 돌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만주식 돌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만주 지역에서 시작해 전장에 적용한 자살적 공격 전술을 뜻한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4월 오토바이를 탄 병사가 폭발로 인한 흙먼지를 뚫고 진격하는 훈련 영상을 공개하며 “거점 점령 훈련 중”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ISW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오토바이 대부분은 중국산이며, 당초 민간 자원봉사 조직에서 제공한 것이었다. 앞으로 보병의 절반 이상에게 오토바이나 전술용 버기 차량을 보급할 계획이라는 정보도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군 대변인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과거 적의 측면을 노리는 공격은 기병대가 수행하던 전술이었다면, 지금은 그것을 오토바이가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ISW는 “러시아가 정전 협상을 앞두고 오토바이를 활용한 새로운 전술로 최대한 많은 영토를 점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2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중 키예프 상공에서 러시아 드론으로 인한 폭발이 하늘을 밝히고 있다.(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의 정전 촉구 요청 속에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를 향한 미사일·드론 공격을 강화하며 무력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29일(현지시간) 밤새 537기 이상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최대 규모의 공습을 폈다고 밝혔다. 공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공군 방어망이 475기를 요격했다”며 “249기는 직접 격추했고, 226기는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줄리아 스비리덴코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가 르비우, 하르키우, 자포리자 등 우크라이나 7개 지역을 동시에 겨냥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에 이란제 드론 477기와 훈련용 드론,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 4기, 이스칸데르 미사일 7기, 순항미사일 46기 등 총 60기의 미사일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공습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공군 F-16 조종사가 드론 7대를 격추한 뒤 전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러시아 공격이 우크라이나 전 지역, 특히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까지 표적으로 삼았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에 우크라이나 이웃인 폴란드는 영공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전투기를 긴급 출동시켰다고 폴란드 공군이 밝혔다.

전쟁 3년 차에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휴전 협상은 요원하다. 지난달 초 이후 이스탄불에서 두 차례 직접 협상을 재개하면서 포로 교환과 평화안을 담은 각자의 제안서를 교환하기로 합의했지만, 전쟁 종식에 관한 실질적 진전은 없는 상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양측이 완전히 상반된 내용의 메모를 교환했다”면서도 “3차 회담이 준비 중이며, 러시아는 이스탄불에서 다시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