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챗GPT
미국 내에서 소득 상위 계층에 속하지만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택, 대학 등록금, 보험, 대출 등의 비용이 수년간 치솟으며 재정적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학 등록금은 연간 7만5000달러 이상이 드는 경우도 많아 학자금 저축이 부족한 가정에는 큰 부담이다. 또한 자녀 스포츠비만 연간 9000달러에 이르고, 공과금은 한 달에 500달러로 5년 전보다 200달러 올랐다.
미국 미시간대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3분의 1 소득자(약 13만달러 이상을 버는 가구) 중 단 26%만이 2분기에 “작년보다 재정 상황이 나아졌다”고 답했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들은 물가 상승과 금리, 관세, 고용 불안 등 다양한 문제를 걱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운영하는 행복 수준을 지속적으로 질문하는 애플리케이션에 따르면 연소득 20만~30만 달러 가구 중 4분의 1 이상이 자신의 재정 상태에 “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또는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매트 킬링스워스 펜실베이니아대 선임연구원은 “꽤 잘 살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적어도 서류상으로는 부유하다. 자비에 자레벨 영국 런던 정경대 교수는 미국의 상위 5%의 인플레이션 조정 소득은 1983년부터 2019년까지 100%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부유층도 다른 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급격한 물가상승을 겪을 수 있지만, 이들이 구매하는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실제로 인플레이션의 타격은 덜하다고 자라벨 교수는 짚었다. 다만 이들은 자산의 상당수가 주택이나 은퇴 계좌에 묶여 있어 쉽게 현금화하기 어려운 처지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자산 가치는 46%(35조 달러) 늘었지만, 실질 생활비 압박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얘기다.
교육비와 생활 수준의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2022년 상위 10% 가구의 90%가 주 거주지를 소유, 2001년 94%에서 감소했다. 또한 이들 중 17%가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이지만 재정 지원을 받기엔 소득이 많고, 교육비를 감당하기엔 부족한 애매한 위치다. 고소득층은 더 좋은 주택과 고급 육아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도 커졌다. 이는 단순한 물가 상승 외에도 생활 기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 D.C.에서 델라웨어주 윌밍턴으로 이주한 맷 도허티 부부는 2021년 3% 금리로 158제곱미터(47평형) 집을 구매했지만, 현재는 그 집조차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한다. 이들 부부는 연소득 약 20만8000달러(약 2억8200만원)를 벌지만, 월 고정비용이 9000달러에 달해 큰 지출이 생기면 비트코인과 주식을 팔아 해결하기도 했다.
도허티씨는 WSJ에 “부모 세대는 이 정도 벌면 ‘부자’라고 여겼겠지만, 지금은 그 수준에 도달해야 겨우 내가 받은 중산층 수준의 삶을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