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공습 후 막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이란 이스파한 핵연구 센터 인근 터널 입구 위성사진(사진=AFP)
WP는 이란 당국자들의 대화 내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이 궤멸됐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보다 상황이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전했다.
백악관은 도청된 이란 당국자들의 통화 자체는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핵 시설 피해 평가 역량에 의문을 제기했다. WP에 따르면 도청된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은 미 정보기관 첩보활동의 중요한 수단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일일 정보 브리핑에 포함되는 정보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들이 수백 피트 잔해 아래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그들의 핵무기 프로그램은 끝났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보도에 대해 “맥락을 벗어난 유출 정보”라고 비난했다.
미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도 “단일 신호 정보만으로는 전체 정보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며 “익명의 이란인들 간의 단 한 통의 전화 통화는 여러 출처와 방법을 종합해 평가하는 정보 평가와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공습에 따른 이란 핵시설 피해 범위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핵 프로그램이 말살돼 이란의 핵 개발 능력이 수십 년 후퇴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시설 일부가 여전히 건재하다며 수개월 내로 농축 우라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란이 생산했던 약 400㎏의 고농축 우라늄을 사전에 이동시켰는지에 대해서도 “보호 조치가 있었다고 가정하는 게 논리적”이라며 “어디에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앞서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도 이란 핵시설들이 미국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주요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다는 내용의 미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의 초기 평가보고서를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유럽연합(EU) 각국 정부에 제공된 예비 정보 평가를 인용해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이 보존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