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법안 상원 수정안, 3.3조달러 국가 부채 추가할것"

해외

이데일리,

2025년 6월 30일, 오전 12:05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국정 의제를 반영한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 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29일(현지시간) 상원에서 공식 토론을 시작한 가운데 해당 법안이 10년 동안 미국 정부 부채에 3조3000억 달러(약 4474조원)를 추가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 국회의사당(사진=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전날 상원에서 ‘절차 표결’을 통과한 해당 법안에 대해 이처럼 추산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달 하원에서 통과됐는데, 당시 CBO는 향후 10년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4000억달러(약 3254조원) 이상 증가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상원에서의 수정안은 이보다 약 9000억달러(약 1220조원)가 더 늘어난 것이다.

이는 상원에서 일부 조문이 수정됐기 때문이다. 상원안은 메디케이드 수급 자격에 ‘근로 요건’을 추가하는 등 환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커졌다. 산업계에선 배터리 공급과 태양광·풍력 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산업 보조금을 삭감하는 내용에 대해 불만을 표하고 있다.

현재 미국 국가 부채 규모는 36조2000억달러(약 4경9090조원)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이미 심각한 재정 전망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수치에는 추가 차입 비용이 포함되지 않아 전채 부채 증가 규모는 4조달러(약 5424조원)에 가까울 수 있다고 추산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을 묶어 놓은 포괄적인 법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라고 명명한 대로 하나의 법안 안에 감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단계적 폐지, 국경 통제 및 불법이민 단속 예산 확대, 우주 방위를 포함한 국방비 증액,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 등을 모두 담고 있다.

이중 개인소득세율 인하,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등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된 주요 조항을 연장하는 내용이 약 3조8000억달러(약 5153조원)의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고 CBO는 분석했다. 해당 법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기간 약속했던 팁과 초과근무수당에 대한 면제도 포함되는데, 이를 더하면 전체 세금 감면 규모는 4조5000억달러(약 6102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비용을 일부 상쇄하고자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 예산에 대한 대규모 삭감이 수정안에서 이뤄졌다. CBO에 따르면 상원안은 향후 10년간 메디케이드 등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약 1조1000억달러(약 1491조원) 줄어든다. 이 여파로 2034년까지 118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을 잃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 공화당 의원들은 CBO의 추산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해당 법안이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 내 강경파인 론 존슨(위스콘신) 상원의원은 메디케이드 추가 삭감을 담은 수정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해당 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이었으나 전날 공화당 지도부의 설득으로 찬성으로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미 역사상 가장 큰 비용이 드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법안 통과를 저지한다는 입장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토론이 시작되자 “해당 법안이 억만장자들에게는 세금 감면을 제공하고 수백만명의 메디케이드, SNAP(식품 지원), 좋은 일자리를 뺏어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독립 기념일인 7월 4일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도록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전략일뿐 실제로는 7월 중순 이후 도래하는 부채한도 상향 시한이 더 중요하다고 로이터는 짚었다. 미국은 지난 1월 초 이미 법정 부채 한도인 36조1000억달러(약 4경 8955조원)에 도달해 미 재무부는 연방정부의 현금이 오는 8월 소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의회가 해당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의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국가 부채에 대해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전날 상원에서 진행된 해당 법안의 절차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소속 톰 틸리스 상원의원(노스캐롤라이나)이 내년 11월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3선에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노스캐롤라이나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본다며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그로인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을 받았다.